고환율 '난기류' 만난 항공사들…환차손 '눈덩이' 우려
입력 2022.08.29 06:00
수정 2022.08.25 16:54
'리오프닝' 하자마자 치솟는 환율에 '울상'
피할 수 없는 대형 악재에 환차손 폭증
해외여행 심리 위축까지 겹겹이 악재
원달러 환율이 13년만에 처음으로 1340원대로 치솟으면서 국내 항공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등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항공사들에 고환율은 피할 수 없는 대형 악재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으로 완만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던 항공사들이 '고환율 공포'에 떨고 있다. 고환율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다시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환율와 유가는 항공사들의 최대 위험 요소다. 유가는 항공유 재고 관리나 유류할증료 등으로 위험을 관리하거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은 그야말로 '직격탄'이 된다.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2분기를 기준으로 순외화부채가 35억달러(약 4조6800억원)에 달한다.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350억 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284억원의 와화환산 손실이 발생한다.
지난 2분기에 대한항공과 이시아나항공의 외환관련 손실은 각각 2051억원, 274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2분기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11억원과 53억원의 외화 환산손실을 기록한 것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인바운드(한국 입국)' 수요가 적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외화 매출을 내는 화물 사업 호조로 실적을 방어한 대형항공사보다 고환율을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다.
티웨이항공은 상반기 연결기준 외화환산손실이 5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같은 기간 각각 260억원과 224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와 비교하면 대형항공사들에 비해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은 셈이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에는 외화환산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연말 이후에나 하락 기조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고환율로 인해 해외여행 수요가 오히려 위축되는 것도 문제다. 고환율로 인해 해외 여행 경비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여행객들이 나올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화 수익을 내는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하면 일부라도 환차손을 줄일 수 있을 텐데, 현재로서는 외화 매출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매출을 늘리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 실시간 통계에 따르면, 이달 25일까지 전국 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는 170만여명으로 당초 기대했던 월 300만명 돌파는 어렵게 됐다. 일평균 여객 수도 6만8000명 수준으로 예상치인 10만명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흑자 전환 시점도 당초 전망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에는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던 항공사들은 고환율 악재를 만나 '턴어라운드'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름휴가철에 예상보다 여객 수가 많지 않아 '성수기 장사'를 놓친 상황에서 대외 환경까지 악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반기에는 일본의 방역 규제 완화가 본격화하면서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