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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②] 바닥 안 보이는 인구절벽, ‘골든타임’ 끝나간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2.08.24 14:40 수정 2022.08.24 14:40

지난해 출생인구 통계 이래 최저 기록

출생인구 1970년 대비 5분의 1 수준

생산인구 감소 국가 경제 치명상 입혀

정년·연금 개혁, 수도권 집중 해결 필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통계작성 이래 최저 수준인 0.81명을 기록한 가운데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뉴시스

지난해 출생인구가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상했던 결과임에도 출산율 저하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인구절벽을 극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놓쳐버렸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통계청은 24일 ‘2021년 출생통계’를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는 26만 600명으로 지난해 27만 2300명보다 1만 1800명(4.3%)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0.81명을 기록하며 전년 0.84명 대비 0.03명(3.4%) 감소했다. 이는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粗)출생률 역시 5.1명으로 2020년보다 0.2명 줄었다.


합계출산율 조사는 1970년 4.53명으로 시작했다. 1974년 3.77명으로 3명대로 떨어졌고 1977년 2.99명, 1984년 1.74명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후 2017년(1.05명)까지 1명대를 유지하다 지난 2018년 0.98명으로 추락했다. 이후에도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에 이어 지난해 0.81명까지 줄었다.


출생아 수 역시 1970년 100만 6645명에서 30년 뒤인 2001년 55만 9934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후 20년 만에 다시 절반이 감소해 지난해 26만 562명에 그쳤다. 인구 감소 비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06년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수립 이후 2020년까지 38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해에만 46조원 이상 썼다. 결과는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면서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 됐다.


다른 나라와 비교에서도 인구 절벽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에서 꼴찌다. OECD(2020년 기준)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으로 우리나라(2020년 기준)보다 0.75명 많다.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OECD 내 합계출산율이 1.0 미만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첫째아 출산 연령도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출산율은 국가의 존립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생산활동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의학 기술 발달로 인간 수명이 연장되면서 일하지 않는 노인은 계속 증가한다. 경제를 움직일 생산가능인구는 지속해서 감소하는 데 정작 소비 대상은 늘어만 가는 상황이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교수는 2030년을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인구절벽은 일하고, 소비하고, 투자하는 생산가능인구가 주는 걸 말하는 데 인구절벽을 느끼는 건 생산가능인구가 2500만 명 밑으로 떨어질 때”라고 말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현재 2700만 명인 생산가능인구가 오는 2030년에는 2500만 명 밑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조 교수는 “아무 준비를 안 해도 앞으로 10년은 큰 문제가 없어도 그 뒤 거대한 쓰나미가 한꺼번에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구절벽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지방대 소멸과 연금 고갈론이다. 지난해 이동규 동아대학교 기업재난관리학과 교수는 오는 2042~2046년 국내 대학 수는 190개(49.3%)로 현재 385곳 대비 절반 이상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 출생아 수와 초·중·고 학령인구 증감률, 대학별 신입생 충원율 등을 추산한 결과다.


연도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추이. ⓒ통계청

국민연금은 보건사회연구원 연구 결과 오는 2056년 모두 소진될 예정이다. 70년 뒤인 2092년에는 누적 적자가 2경2650조원에 달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9일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청년 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민·당·정 토론회에서 “올해 기준으로 국민연금 재정을 새롭게 추계한 결과 2056년에 기금이 모두 소진되고, 70년 뒤인 2092년까지 누적적자가 2경265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연구위원 연구 결과는 애초 국민연금 고갈 예상 시점인 2057년보다도 1년 더 앞당겨진 내용이다. 윤 연구위원은 “출산율과 경제 변수 등 주요 가정치를 최근 변화에 맞춰 상당히 보수적으로 계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인구절벽 문제는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이 지속적이면서 근원적인, 그리고 최대한 빨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인구절벽 해소를 위한 방법으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게 정년 연장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새로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노동력 활용을 연장하는 건 현실적 방법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지난 40여 년간 재정을 투입해 저출산을 해결한다고 해봤자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점은 생산성 제고”라며 “정년 연장으로 고령층 활동을 늘리는 동시에 젊은 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외국인 인력을 적극 유입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금 개혁도 중요하다. 조영태 교수는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요소는 취약한 연금제도”라고 주장했다. 윤석명 연구위원 또한 “2021년 출생률이 0.81인데, 이는 26만 명의 미래세대가 70만~100만 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연금제도 개혁을 미루면,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집중화 문제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 2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격차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총인구의 50.3%, 청년 인구 55.0%, 일자리 50.5%, 1000대 기업 86.9%가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구 수도권 집중화는 집값은 물론 사교육비, 문화·생활비 등을 끌어올리면서 출산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산업연구원은 “지역 생산성이 하락하는 시점에 지역별 핵심·거점도시에서 소도시·농촌지역으로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장소 기반 정책 개선과 인근 지역과 역량 집중, 규제 개혁 등으로 지역투자를 확대해 지역 생산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6월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을 팀장으로 한 인구위기대응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첫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TF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르면 내달 안으로 인구 위기 대응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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