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권리당원 35%만 전당대회 투표…이유는
입력 2022.08.22 16:01
수정 2022.08.22 16:02
투표 방식 세 가지인데 기간 짧아
'어대명'이라서 투표할 동기 희박
DJ 색채 옅어지는게 불만일 수도
"이재명 DJ 추도식 불참, 놀랐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광주·전남북 순회경선에서 권리당원 투표율이 35.5%에 그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0~21일 각각 전북과 광주·전남에서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 호남 순회경선 권리당원 투표율은 △광주 34.2% △전남 37.5% △전북 34.1%로 호남 평균 35.5%에 그쳤다.
호남의 권리당원이 42만1047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비를 내는 27만여 명의 호남 권리당원이 전당대회 투표를 포기했다는 말이 된다. 이번 전당대회의 권리당원 투표율이 전반적으로 저조하다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의 투표율조차 대동소이하다는 점은 뜻밖으로 여겨진다.
원인을 놓고서는 △투표 홍보 및 절차 관리 부실 △'어대명'이 '확대명'으로 가면서 투표할 동기 상실 △김대중 전 대통령 색채가 옅어져가는 민주당에 대한 애정도 하락 등이 거론된다.
권리당원 게시판 일각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당원은 "안내문자는 커녕 알림톡도, 받는 ARS도 받지 못했다"며 "방금 거는 ARS로 전화했더니 이 번호는 이미 투표를 했거나 이번 투표 권리당원에 해당사항이 없는 번호라는 안내가 나오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 가족 뿐 아니라 주위 지인들도 연락 한 통 못 받은 상황"이라며 "중앙당은 토요일이라 업무시간이 아니라고 연결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광주·전남 순회경선은 1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그리고 2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ARS 투표 전화가 걸려오고, 이 때 투표를 못했다면 20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자신이 직접 거는 방식으로 ARS 투표를 할 수 있던 구조다. 온라인투표는 이에 앞서 18일 알림톡을 통해 접속하거나 홈페이지 접속을 통해 할 수 있었다.
세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됐지만 기간은 온라인투표가 하루, 걸려오는 ARS 투표가 하루반, 거는 ARS 투표가 반나절에 불과해 권리당원의 투표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으로 가는 당대표 경선 구도 탓에 권리당원들이 투표를 할 동기를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5일 강훈식 의원의 당대표 후보 전격 사퇴로 강 의원을 찍은 표가 무효 처리되면서 광주·전남북 순회경선을 앞두고 이재명 의원의 득표율은 78.7%, 박용진 의원의 득표율은 21.4%로 재조정된 바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80대20인데 투표를 뭣하러 하느냐는 분위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어대명'이라 호남에서도 관심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의 투표율이 37.7%에 그치는 '광주 쇼크'에 이어 지역사회에서 민주당에 대한 애정도가 낮아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징표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정당' 민주당에서 DJ의 색채가 지워지고 있는 것에 따른 반응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호남이 그간 DJ가 세운 정당(평화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 등)과 그 후신 정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지만, 지금의 민주당에서 DJ의 모습을 떠올리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에서 DJ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현역 정치인을 찾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5선 중진 설훈 의원이 '동교동계 막내'이지만 이번 전당대회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를 당했다.
그외에는 DJ와 직접적으로 접점이 있는 현역 정치인은 윤호중 전 원내대표와 김한정 의원 정도인데, 윤 전 원내대표는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김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는 이렇다할 역할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당대표가 유력한 이재명 의원은 DJ와 접점이 없다. 정계입문 자체를 2006년 열우당을 통해 했는데, 당시에는 민주당계 정당이 열우당과 민주당으로 분립해 있던 시절이었고 DJ의 적자라 할 수 있는 인사들은 민주당에 대거 남아있었다.
이 때문인지 이재명 의원은 지난 18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치러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식에도 직접 참석하지 않고 SNS를 통해 추모 메시지만 냈다. 이 의원 측은 비공개 일정이 있어 추모식에 부득이하게 직접 참석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DJ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 이재명 의원은 DJ와 관련해 개인적인 인연을 바탕으로 추억할만한 소재는 딱히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DJ의 색채가 더 옅어진다면 호남 지지층들의 상실감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행사를 갔는데 이재명 후보가 불참을 해서 놀랐다"며 "호남에서 보기에는 예의가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