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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약관대출 '꿈틀'…규제 사각지대 '생계형 빚' 암운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2.08.19 06:00
수정 2022.08.18 10:51

생보사만 1년 새 1조5천억 불어

DSR 적용 대상 제외 '풍선효과'

보험사 대출 이미지.ⓒ연합뉴스

국내 생명보험사가 내준 약관대출이 최근 1년 동안에만 1조5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약관대출은 고객이 자신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큰 부담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는 특성 상 불황일 때 몸집이 불어나는 생계형 대출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보험사 약관대출을 둘러싸고 풍선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23개 생보사가 보유한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올해 5월 말 기준 총 47조449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1조4322억원) 늘었다.


보험 약관대출로 더 잘 알려진 보험계약대출은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 내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이다. 이를 통해 보험 계약자는 가입한 보험 해약환급금의 70~80%의 범위 내에서 수시로 대출받을 수 있다. 본인일 경우 주민등록증과 보험증권 또는 가장 최근에 낸 보험료 영수증만 있으면 보험사 환급창구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주요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삼성생명의 약관대출이 15조98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5%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한화생명 역시 6조9457억원으로, 교보생명도 6조3154억원으로 각각 4.0%와 29%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생명보험사 약관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일반적으로 약관대출은 서민들의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늘어나는 특성을 보인다. 코로나19 국면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경제적 여건이 악화된 차주들이 약관대출을 찾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 약관대출이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사실상 자신이 미래에 받을 보험금을 당겨쓰는 형태여서 부담이 적고, 다른 대출들에 비해 절차도 매우 간편해 접근이 용이해서다. 잠시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비교적 쉽게 손을 댈 수 있는 대출이다.


아울러 은행권 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점도 약관대출 수요를 확대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들이 늘어나는 와중 약관대출이 그 타깃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올해 들어 가계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도를 한층 더 높인 상태다. DSR은 차주의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로, 엄격하게 적용할수록 대출 한도가 줄게 된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총 대출 규모가 2억원을 넘는 차주에게 개인별 DSR 규제를 적용해 왔다. 이어 지난 7월부터는 대출액 합산 1억원이 넘는 차주까지 DSR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하지만 보험 약관대출은 DSR 규제 적용 대상에서 예외 조항으로 빠져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보험업계의 약관대출 증가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인해 금융권 간 대출 리스크가 전이되지 않도록 꼼꼼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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