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MZ세대가 열광…박재범이 불 지핀 ‘연예인 소주’ 대란
입력 2022.08.09 14:01
수정 2022.08.09 08:16
제이지, 존 레전드 등의 미국의 래퍼·가수들이 샴페인·와인·코냑 등 다양한 주류 브랜드에 손을 댔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이 같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2010년대부터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만들어냈지만 케이팝 아이돌이 주류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일은 최근 들어 나타난 현상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성공 사례를 쓴 가수는 박재범이다. 박재범은 주류 전문 스타트업 ‘원스피리츠’를 설립해 프리미엄 소주 브랜드 ‘원소주’를 내놨다. 한 병에 1만4900만원짜리 고가의 소주지만 박재범이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고, 원소주를 구입한 고객들은 제품 후기를 SNS에 올리면서 경험담을 공유 중이다.
실제 원소주는 팝업스토어 오픈 첫날에만 1만병이 팔렸고 일시에 소비자가 몰리자 업체 측에선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네 병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초기 생산 물량인 20만병은 한 주 만에 모두 판매됐는데, 이는 같은 기간 GS25의 전체 주류 상품 매출 순위에서도 1위 기록이다. 그간 편의점 주류 매출은 카스와 참이슬이 1, 2위를 지켜왔는데 다른 제품이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GS25는 설명했다. 판매를 개시한 7월 한 달간 누적 판매 수량은 약 40만병에 달한다.
박재범의 원소주 성공은 온라인 쇼핑과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기존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한 일반 희석식 대량생산 소주와 달리, 지역 농업회사법인과 제작한 전통주이기에 인터넷 유통이 가능하다. 여기에 가격보다 다양성과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가 팬덤과 스타일까지 담은 주류에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편의점에서 프리미엄 소주 매출은 해마다 100~300%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CU의 전년 대비 프리미엄 소주 매출신장률은 2020년 383%, 2021년 354%로 2년 연속 300%가 넘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올해(1~7월)에도 90%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GS25는 박재범의 ‘원소주’가 판매를 개시한 7월 한 달간 프리미엄 소주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20%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박재범 소주의 성공은 편의점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가수 임창정은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자신의 히트곡인 ‘소주 한 잔’의 이름을 딴 동명의 소주, CU는 배우 김보성을 모델로 내세운 ‘김보성 의리남 소주’를 출시했다. 뿐만 아니라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가수, 특히 래퍼들 사이에서 주류 회사와의 협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인 래퍼도 있다”고 밝혔다.
가요계에서도 특히 래퍼들 사이에서 ‘소주 대란’이 벌어진 건, 이들이 가진 이미지 때문이다. 주로 트렌드한 이미지를 선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래퍼들을 내세워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연예인 소주 대란’을 경계할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해 다양한 수입원을 마련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인기 제품을 모방한 미투 제품 경쟁이 과열되고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들을 자극해 자칫 과한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 “연예인의 이미지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만큼, 그들의 이미지에 따라 소주 대란이 일시적인 인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