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 100일] ⑤ '약점' 정무감각 부재…인사 실패·말실수로 지지율 반토막
입력 2022.08.15 04:00
수정 2022.08.15 06:13
소신 '강점', 논란 계속되자 약점으로
'정치 無경험' 여전히 한계로 지적돼
부정평가 이유 '자질 부족' 꼽히기도
여권서도 "대통령이 제일 큰 문제"
취임 100일은 정치적으로 '허니문'이라고 볼 수 있다. 새 정부의 탄생을 축하하며 모든 국민이 성공을 기원하는 기간이다. 어느 정도의 실수가 있어도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시행착오와 실수는 줄이면서 속도감 있게 국정과제를 수행해야 성공한 정권으로 남을 수 있다. 본지는 SWOT 분석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지난 100일을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정치 무(無)경험'은 윤석열 대통령의 약점(Weakness)이자 최대 한계로 꼽힌다.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 정서는 새로운 정치를 향한 갈증을 불러일으켰고, 윤 대통령은 최대 수혜자가 됐다. 다만 윤 대통령이 검사 외길을 걸어온 탓에 정치력, 정무 감각은 오는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현재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한미 정상회담, 6·1 지방선거 등 굵직굵직한 이슈 속에서 숨가쁜 석 달을 보냈다. 하지만 정권 초부터 이례적인 지지율 하락세에 고전하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설문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 조사 대비 1%p 오른 25%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정 평가는 이보다 훨씬 높은 66%에 달했다. 전통적 보수층으로 꼽히는 7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또 모든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의 취임 100일 무렵 직무수행 지지율과 비교했을 때도 윤 대통령의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갤럽에 따르면 이 기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노태우 전 대통령 57% △김영삼 전 대통령 83% △김대중 전 대통령 62% △노무현 전 대통령 40% △이명박 전 대통령 21% △박근혜 전 대통령 53% △문재인 전 대통령 78%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08년 5월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이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
윤 대통령의 '초라한 성적표'는 외적 요인으로 인한 게 아닌 '정무감각 부재'가 가장 주된 원인이라는 점에서 뼈아프다. 인사 문제, 말실수와 대응 미숙, 정책 혼선 등은 여론 악화로 이어졌다. 모두 대통령 본인의 판단과 의중에서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갤럽 조사에서 부정 평가 이유로 인사 실패(24%)와 경험·자질 부족(1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독단적이고 일방적(6%)'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대표적인 게 '검찰 편중 인사'다. 윤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검사 출신을 임명하는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률비서관 외에도 인사기획관, 인사비서관 등 대통령실의 주요 요직을 검찰 출신으로 채웠다. 금융감독원장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도 검찰 출신을 기용해 편중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과거에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전 정권을 거론하며 반박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인 채용 논란도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 슬로건에는 의문이 제기됐다. 취임 100일을 맞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초대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윤 대통령은 자격 논란이 벌어진 장관과 관련해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들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고 옹호하기도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의 강점으로 꼽힌 소신과 결단력, 추진력은 오히려 약점으로 지적되기 시작했다. 익명을 원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도어스태핑을 하는 등 추진력과 소통력이라는 강점이 초반에는 두드러졌지만, 이제는 강점보다는 약점이 더 부각되는 모습"이라며 "대통령실 참모들에게도 문제가 많지만, 결국 지지율 하락세는 윤 대통령의 정무감각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여권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BBS라디오에서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에게 있다. 준비가 덜 돼 있고 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도 CBS라디오에서 "광우병 사태와 같은 외적 요인이 없는데도 우리가 자폭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이 석 달이 안 돼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은 이어 "대통령이 제일 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첫 여름휴가 후 업무에 공식 복귀한 지난 8일 출근길 문답에서 "국민의 뜻"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제는 국정 운영 방향에 획기적인 변화를 줘야 할 타이밍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KBS라디오에서 "대통령이 당선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공정과 상식'"이라며 "그런데 많은 국민이 취임 후에 인사나 정책에서 '공정과 상식'에 대해 충분히 체감을 못 한 결과 아닐까 싶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휴가 후에 한 말 그대로 초심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고민으로 그칠 게 아니라 (국민에)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게 다시 지지율을 회복할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