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 100일] ③ 총선까지 남은 600일, 지나온 100일과는 달라질까
입력 2022.08.14 05:00
수정 2022.08.14 01:51
임기 3년차 총선이 최대 시험대
25% 지지율은 선거 치를 조건 안돼
'하고싶은 일' 아닌 '해야할 일' 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취임 100일 풍경은 '흥겹다'고는 말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설문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25%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66%에 달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직무수행 평가를 살펴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83%로 가장 높았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78%, 김대중 전 대통령은 62%였다. 36.6%라는 저조한 득표율로 당선됐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취임 100일 지지율은 57%까지 올랐다. 반면 윤 대통령은 불과 100일 전에 48.6%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100일만에 25%로 내려앉았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25%는 이명박 전 대통령(21%)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무렵에 공교롭게도 광우병 사태로 홍역을 겪으면서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사례다. 이렇다할 휘발성 이슈 없이 지지율이 20%대로 낮아진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본지 [尹 취임 100일] ①편과 ②편을 통해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을 살펴봤다. 그런데 외교·안보 정책은 그 특성상 대통령의 지지율을 일시적으로 크게 출렁이게 할 수는 있지만, 안정적인 기반이 되지는 못한다.
조지 W. H. 부시 대통령은 임기 2년차에 벌어졌던 걸프 전쟁을 압승으로 이끌었다. 덕분에 대통령 지지율은 순간적으로 90%에 육박하기도 했다. 재선은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그러나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클린턴 캠프의 당시 캐치프레이즈처럼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economy, stupid!)'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0일간 여러 가지 본인이 하고 싶었던 것을 했고, 손을 댄 일에서는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지지율로 연결되지 않은 이유는 손을 댄 일들이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일'이었지,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통일 문제가 최대 관심사였다. 1971년 첫 대선에 도전할 때부터 남북 문제를 정책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막상 대통령이 됐을 때에는 외환위기로 인해 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의 관리 체제로 넘어간 직후였다.
김 전 대통령은 당장이라도 남북대화에 나서고 싶었지만 일단 외환위기 극복에 주력했다. IMF 관리체제를 조기졸업할 수 있다는 게 분명해지자, 그 때 남북정상회담에 나섰다. 조기졸업에만 연연해 우리 경제의 근본적 구조조정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40년 정치인생 동안 대통령이 되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을 꾹 참아내고 당장 해야하는 일부터 했던 점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대선에서 당선됐다. 정권교체 여론은 문재인정권의 부동산 정책 파탄 등으로 경제가 망가졌기 때문에 높아졌다. '경제를 살리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었다고 한다면, 지난 100일 동안 이 명령 수행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는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두 달만 지방선거가 늦게 치러졌더라도 백수 될 사람들 많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6월 1일에 지방선거가 치러졌기에 망정이지, 지방선거가 8월 1일이었다면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추론하기가 쉽지 않다. 25%라는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여당이 정상적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는 조건임에는 분명하다.
당장 내년 봄에 재·보궐선거가 있고, 임기 3년차인 2024년에는 총선이 '중간평가' 격으로 실시된다. 지난 6·1 지방선거 때에는 국민의힘이 광주·전남·전북에 모두 후보를 내서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 15% 이상을 득표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과연 내년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그런 모습이 재연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할 일이다. 갤럽 설문에서 윤 대통령의 광주·전남북 지지율은 12%였다.
윤 대통령 임기의 분수령이 될, 가장 큰 시험대인 2024년 총선까지는 이제 약 600일이 남았다. 지금까지 걸어온 100일의 여섯 배에 해당한다.
갤럽에서 직무수행을 긍정평가하는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응답 거절이 20%로 가장 높고 △"열심히 한다"가 15% △"전반적으로 잘한다"가 7% △"부동산 정책"이 5%였다. 반대로 직무수행을 부정평가한 응답자들이 꼽은 이유는 △"인사 실패" 24% △"자질 부족" 14% △"재난 대응 미숙" 6% △"독단적이고 일방적" 6% 등이었다.
총선까지 약 600일 동안 긍정평가의 이유가 좀 더 구체화돼야 한다. 부정평가에서 구체적으로 적시된 인사 실패나 재난 대응 미숙 등은 재발하지 않도록 극복해내야 한다.
본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지난 100일간 보여줬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을 살펴보고, 총선까지 향후 600일간 예상되는 기회(Opportunity)와 위기(Threat)를 진단한다. 이는 [尹 취임 100일] ④편부터 ⑦편까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