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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방한] ① 美中 '화약고' 찍고온 美하원의장…韓서 '로우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8.05 00:00 수정 2022.08.10 10:15

중국·대만 언급 無

尹 대면회담은 불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미중 '화약고'로 평가되는 대만을 방문한 직후 한국을 찾았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결속력을 과시하고 나선 모양새다.


다만 중국 관련 언급을 삼가며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의 '교집합'에 방점을 찍는 '로우키(lowkey)'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다.


지난달 31일 아시아 순방을 시작한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을 거쳐 3일 오후 9시 26분께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했다.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머문 펠로시 의장은 4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을 갖고 공동발표문을 공개했다.


두 사람은 공동발표문에서 "한미동맹이 군사안보, 경제, 기술 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데 주목하며 포괄적인 글로벌 동맹으로의 발전을 의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뒷받침하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진지한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 및 외교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이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대만 방문 직후 한국을 찾았다는 점에 관련 메시지 발신 가능성이 주목됐지만, 공동발표문에 '중국' '대만' 등의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회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이 굳이 한국에 와서 대만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며 "회담장에서도 없었고, 오찬장에서도 공개적으로 나온 이야기 중에는 없었다"고 전했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관련 이슈는 언급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0분간 이뤄진 통화에서 대만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상대방이 꺼내지 않았고 우리도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중국 이슈가 거론됐느냐는 질문에도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을 포함한 미 의회 대표단과 확대회담 형식으로 "외교·국방·기술협력·청년·여성·기후변화 등의 이슈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마치 (정식)회담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지만,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만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윤 정부 대외정책 목표인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와 괴리감이 느껴진다는 평가다. 일례로 아시아 5개국 순방을 진행 중인 펠로시 의장은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원수급 인사를 만났거나 만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달 개최 예정인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윤 정부가 '수위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지만, '단견'이라는 지적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단기적인 안목으로 회피만 하는 건 능사가 아니다"며 박진 외교부 장관이 윤 정부 대외정책을 중국 측에 설득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대만을 거쳐 온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만나 중국에 대한 '평등 외교' 의지를 재확인했어야 박 장관 운신 폭이 더 넓어졌을 거란 뜻이다.


박 장관은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평등외교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이 우리를 존중해 주고, 우리도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서로 상생·발전하는 것이 가장 건전한 한중관계"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펠로시 의장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 등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8시 15분께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마지막 순방지역인 일본으로 떠났다. 펠로시 의장은 5일 오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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