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뷰(58)] 탐구하며 성장하는 유즈의 시간
입력 2022.08.04 13:29
수정 2022.08.04 20:51
파치먼트 스튜디오 지난해 오픈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레페리
'브이로그 맛집'이라 불리는 그의 영상은 누군가의 소중한 일기장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대단히 특별한 일을 하지는 않는다. 눈 뜬 순간부터 자기 전까지 할 일을 하고, 성장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사람을 잡아끄는 오묘한 매력이 있다. 그의 영상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제되지 않은 솔직한 일상과 생각부터 화장품 리뷰 및 메이크업 노하우를 공유하며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크리에이터 유즈(유지원)의 이야기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가 크리에이터가 된 건 2017년으로 거슬러간다. 똑같은 업무에 지친 유즈는 권태로운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회사를 3년 정도 다녔는데 내 삶의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았어요. 회사 생활이 안 맞는다기보단 스스로 발전이 없는 느낌이 들었죠. 화장품을 좋아해서 이걸 콘텐츠로 삼아 채널을 시작했는데 영상 편집을 배운 게 아니라 제가 원하는 퀄리티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편하게 찍고 편집할 수 있는 브이로그를 먼저 시작했어요. 브이로그를 만들면서 촬영이나 편집 기술이 늘어서 메이크업 영상도 만들게 됐고요."
유즈의 강점은 '자연스러움'이다. 꾸며진 모습을 연출해 동경을 유발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과 당시 상황에 맞는 고민이나 관심사를 털어놓으며 젊은 여성층들에게 공감과 연대를 자아낸다.
"어떤 한 상황에만 카메라를 켜지는 않아요. 자연스러운 영상을 위해 카메라를 하루 종일 켜놓고 생활하거든요. 촬영된 영상 중에서도 제일 저 같은 모습만 골라서 편집하고요. 작위적인 건 다 배제해요. '콘텐츠를 보여줘야지'가 아닌 '유지원을 보여줘야지'란 생각으로 임해요. 어려서부터 저를 드러내고 보여주는 걸 좋아했고 거부감이 없었어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자신의 모습을 공유하다 보니 이미지가 소모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흔히 '이미지 소비'라고 하잖아요. 제 자신도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신생 크리에이터들의 신선함,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면 저도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꾸며진 모습을 찍어보려고 시도도 해봤는데 너무 이상하더라고요.(웃음) 그냥 담백하게 찍으려 최대한 노력합니다."
ⓒ레페리
그의 영상은 유즈의 취향 집합체다. 즐겨 듣는 음악, 좋아하는 커피, 집 인테리어, 지금 읽고 있는 책이나 영화가 고스란히 담겼다. 구독자들은 유즈가 추천해 주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 그리고 감상을 나눈다.
그의 취향은 과거 덩그러니 놓인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 탐구하는 시간을 통해 켜켜이 쌓인 결과물이다. 굳이 되돌아보자면 유쾌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요소 중 하나라고 자신할 수 있다.
"어렸을 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떤 것에 골몰히 빠지는 시간이 많았어요. 사실 여행을 다니거나 추억을 통해 쌓인 것이 아니라 저에게는 아픈 일이거든요. 구독자 분들이 좋아해주실 땐 의아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물론 만족스러워요. 혼자 생각할 시간을 통해 깊이가 생긴 것 같아요."
그는 다독가다. 책을 읽을 때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걸 느낀다. 아무리 재미없는 책이라도 배울 점을 기어코 찾아낸다.
"살면서 방향성이 헷갈릴 때가 많아요. 어떻게 살아야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등 알려주는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저는 그런 부분을 책을 통해 해소했어요. 저의 20대 고민과 생각, 가치관 등이 다 담겨있으니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쪽으로 자극을 얻어 갔으면 좋겠어요. 특히 저를 따라 책을 읽었다고 말씀해 주시면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레페리
최근 지난해 런칭한 주얼리 브랜드 파치먼트 스튜디오가 1주년을 맞았다. 취미로 은공예를 시작하며 마침내 적성을 찾았다. 유즈의 말을 빌리자면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이 일을 하기 위한 것이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성취감을 느끼며 즐겁게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원래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해 입시미술을 했었어요. 작품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재미있어서 한 것이지 솔직히 재능이 있는 건 아니었어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건 다르다는 걸 깨닫기도 했죠.(웃음) 예전부터 조직에서 일을 할 때마다 '내 일도 아닌데 왜 에너지를 쏟아야지'란 생각도 있었고 내 이름으로 무언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꾸준히 있었어요. 그러다가 은공예를 접하고 적성을 만난거죠. 가슴 뛰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재미있는 일을 잘 해낼 때 나오는 성취감에 점점 중독되고 있어요."
유즈는 은공예를 전공한 것이 아니다 보니 스스로 엄격하게 굴며 완벽을 추구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간절함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울면서 만들었어요. 브랜드 오픈 전에 물량을 만들어놓기 위해 작업을 했는데 아침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에 퇴근했어요. 사무실이 중앙난방이라 오후 8시가 되면 에어컨이 꺼지는데 한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만들었어요. 잘하고 싶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브랜드 오픈을 먼저 한 후 유튜브를 한 게 아니라 유튜브를 시작한 후 제 이름을 내놓고 하는 일이잖아요. 저를 믿고 와주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흠 잡히기도 싫었고, 만족감도 주고 싶었어요."
목표는 유튜브와 브랜드를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유튜브에서는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와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쌓아가려고 한다. 파치먼트 스튜디오가 유즈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마케팅을 할 예정이다.
"유튜브 조회 수가 예전 같지 않아서 위축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한 명이라도 저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계속 해나가려고요. 조회 수 욕심 때문에 무리수 두지 않고 '진짜 나'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계속 봐주지 않을까 싶어요. 사업적인 계획은 조금 더 확장시켜서 유튜버 유즈가 하는 브랜드가 아닌, 브랜드 이름 자체를 더 유명하게 만들고 싶어요."
유즈에게 도전과 성장은 살아가는 의미이자 이유인 중요한 키워드다. 거창한 수식어는 필요 없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 해내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살고 싶어요.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는 파치먼트와 관련된 국가 자격증 공부도 할 예정입니다. 성공한 삶이나 부보다는 내가 가슴 뛰는 일을 하면서 늘 배우고 겸손한 자세로 성장하고 주변 사람들과 연대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