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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당권 도전 선언과 복합적 시나리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2.07.20 04:04 수정 2022.07.19 07:19

이재명 사법 처리 여부는 향후 정국의 중대한 분수령

사실 자체 원천 부정하고 이를 정치적 공격으로 몰아

처럼회-개딸 같은 신흥 그룹의 보다 행동적 지지에 기초

이재명 사법처리 양상에 따라 민주당 정치세력 분화 가속화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서 참배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서 참배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7.17 이재명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도전을 선언했다. 필자는 이재명의 당권 도전은 향후 한국 정치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계기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면서 발표한 선언 내용을 보면 강병원, 박용진 의원 등과 별 차이가 없다. 그들 모두는 문재인 정권의 이념적 민생주의와 대비하여 합리적, 실용적 민생을 강조한다. 이재명은 특별히 김대중을 강조하며 김대중의 서생적 문제의식을 언급한다. 이 또한 문재인 정부의 이념적인 민생과 차별화되는 것이다.


당권 도전을 한 민주당 내 다른 주자를 고려하면 이재명 의원과의 핵심적인 문제는 사법 리스크다. 이재명 의원은 사법 리스크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으며 정략적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주자들은 사법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재명 당대표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법 리스크는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만약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이재명 관련 사건들이 사법 처리된다면 이재명 의원의 정치 생명을 장담하기 어렵다. 반면 이재명 의원과 연관된 문제들이 무혐의 또는 근거 없음으로 판명난다면 역으로 윤석열 정부와 범여권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사법 처리 여부는 향후 정국의 중대한 분수령이다.


이재명 의원 및 지지 세력은 사법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3.9 대선 후보로 이재명을 지지했으며 대선 이후 다시 이재명을 정치 전면에 부상시켰다.


전통적으로 정치인에게 사법 리스크가 존재하면 사법 처리 여부를 확인한 후 정치적 행보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 룰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일정한 사법적 문제가 있는 조건에서 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사건이 정치적으로 종료되었다. 사건이 종료된 후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일정한 사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전적으로 사건이 검찰의 무고한 공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태의 연장선에서 김경수, 한명숙, 조국 사태 등이 있었다. 이들 사건에서도 당사자들은 사실 자체를 원천 부정하고 이를 정치적 공격으로 몰아갔다. 이번 이재명 의원 사태도 유사하다. 마치 사법 리스크가 아예 존재하는 것과 같은 집단적 심리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범여권의 정치세력이 형성되었다. 이 세력은 촛불과 같은 대중정치행동을 신성시하고 사실과 사법부를 불신한다는 차원에서 세계적인 규모에서 발흥한 포퓰리즘 정치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치연합은 2019년 조국 사태를 계기로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하여 2022년 대선에서 정치적으로 패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검수완박-이재명 당권 선언과 같은 정치적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범여권의 다양한 세력을 규합한 반면 이재명 세력은 친문-497 등 민주당 주요 세력을 포괄하지 못하는 대신 처럼회-개딸과 같은 신흥 그룹의 보다 행동적인 지지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지지기반이 이전에 비해 축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포퓰리즘은 카리스마형 리더를 필요조건으로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재명은 문재인보다 적합한 인물이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이 약한 이재명이 발탁된 것은 이재명의 이런 성향 때문인데 그런 면에서 이재명을 정점으로 한 정치연합은 문재인을 정점으로 한 정치연합에 비해 대중적 지반을 취약하되 소수의 행동적인 결집에 기초한 보다 위험한 성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올 하반기 이재명의 사법처리 여부를 둘러싸고 심각한 정치적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법처리 여부에 따라 어느 한 쪽이 결정적인 타격을 받는다. 이와 더불어 국제문제, 경제문제, 대통령 지지율과 같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시나리오를 정리하자면 첫째. 이재명 사법 처리가 이뤄지고 강성 지지자들 일부가 격렬한 정치적 저항을 보일 수 있다. 이 때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정치적 소란이 지속되어 갈등이 어느 선을 넘지 못하고 가라앉을 수 있다. 둘째. 이재명 사법처리가 무산되면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하락 추세와 맞물려 민주당의 범여 공세가 격화될 수 있다. 이 경우는 대통령 탄핵을 이슈로 한 심각한 수준의 거리시위가 벌어질 것이다.


또 다른 이슈는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이다. 이재명 사법처리가 현실화되는 양상에 따라 민주당 정치세력 사이의 분화도 가속화될 것이다.


이재명 당권 도전 선언으로 정국은 외길의 정치적 대결로 접어들었다. 이재명 사법처리는 이재명의 정치적 생명뿐만 아니라 2009년 노무현 사망 이후 유지되어온 포퓰리즘 정치연합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글/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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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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