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허리띠 죈다…기재부 “구조조정 없는 예산 증액 안 돼”
입력 2022.07.17 08:00
수정 2022.07.17 08:00
예산안 재요구 관련 협조 공문 발송
부처별 추가 예산 요구 관행에 제동
내년 역대 최대 지출 구조조정 예고
기획재정부가 예산 편성 과정에서 기존 예산 구조조정 없이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새 정부가 재정 기조를 확장에서 긴축으로 전환하면서 중요 예산을 뒤늦게 요구하는 일부 부처의 관행적 행태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 재요구 관련 협조’ 공문을 각 부처에 발송했다.
기재부는 해당 공문에서 “현재 각 부처가 5월 말에 요구한 내년 예산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8월 말 정부안 제출 전까지 (요구안을) 추가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8월 말) 정부안에는 각 부처가 지출 한도 내에 재요구한 사업을 최대한 반영해 편성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는 해당 공문에 대해 내년 예산안 편성 막바지인 7∼8월에 ‘밀어 넣기식’ 예산 추가 요구를 받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장이라고 해석했다.
국정과제 수행 등 불가피한 예산 추가가 필요하다면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다른 예산을 덜어내는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이다. 예산 편성 때마다 지출 규모가 늘어났던 구태를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 올해 본예산을 편성했던 지난해 5월 말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 총지출 증가율은 6.3%였으나 8월 말에 확정된 총지출 증가율은 8.3%였다.
2020년에 편성된 2021년 예산안 역시 5월 말 부처 요구 때 총지출 증가율 6.0%에서 8월 말 확정 예산 증가율은 8.5%였다. 여기에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 과정을 거치면서 총지출 증가율은 8.9%로 불어났다.
내년 본예산 편성은 각 부처가 5월 말까지 기재부에 필요한 예산을 요구한 후 6∼8월 기재부가 부처와 협의해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이다. 8월 말 기재부가 정부안을 확정해 9월 초에 제출하면 국회가 심의해 12월 초 의결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부처 예산 요구와 정부안 확정, 국회 심의·의결 과정을 거치면서 많게는 총지출 증가율이 3%p(약 15조원)까지 늘었다. 이 때문에 예산을 늘리려는 부처는 일반 예산을 5월 말에 요구하고, 중요 예산은 7∼8월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확장적 재정 기조를 철회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을 선언했다.
나라살림(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3% 이내로, 올해 연말 기준 49.7%인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대 중반에서 통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러한 재정 기조를 내년 예산안 편성부터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부터 역대 최대 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재량 지출뿐 아니라 의무 지출, 계약에 따른 경직성 지출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정과제 등 핵심 정책에 대한 예산 소요는 필요하다면 늘릴 수 있지만 각 부처에 할당된 예산 총액 범위에서 부처 장관이 책임지고 증액·감액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