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IPO 줄줄이 연기...도전장 던진 쏘카·WCP
입력 2022.07.13 05:00
수정 2022.07.12 17:52
무신사·토스 등 상장 연기 선택
쏘카·WCP 등 할인율 높여 도전
조단위 대어도 우호적 공모 고심
증시 침체 속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들이 상장을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공모시장과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 IPO) 등에서 ‘제 값’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강해진 탓이다.
다만 자발적으로 눈높이를 내린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자금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공모가를 낮춰서라도 IPO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기업공개(IPO) 일정을 내년 이후로 미뤘다.
무신사는 구체적인 IPO 계획을 밝힌 적은 없지만 내년을 목표로 상장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무신사의 기업가치를 약 4조원으로 평가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로 고평가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이 변수로 작용했다. 높은 몸값을 인정받기 어려운 투자 환경이 이어지면서 IPO를 서두르지 않기로 한 것이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도 내년 예정이었던 상장 일정을 최대 3년까지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는 최근 침체된 시장 분위기에 1조원 규모의 프리 IPO 클로징이 연기됐다. 투자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일정 연기로 이어졌다. 사측은 더 여유있게 IPO를 준비할 전망이다.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여행·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 역시 상장 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야놀자는 지난해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2조원 투자를 유치하며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올라섰다. 그만큼 기업가치 증명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다.
반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몸값을 낮춰 IPO를 강행하는 유니콘도 있다.
차량공유(카셰어링) 플랫폼 업체 쏘카는 국내 유니콘 기업 최초로 코스피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희망 공모가는 3만4000~4만5000원, 희망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2060억~1조5943억원이다.
쏘카는 희망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기업에 사업 유사성이 적은 기업들을 넣어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다만 할인율을 적용해 당초 예상가보다는 몸값을 낮췄다. 앞서 쏘카의 기업가치는 3조원대까지 거론됐다.
2차전지 분리막 업체인 WCP도 눈높이를 낮춰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WCP는 희망 공모가로 8만~10만원을 제시했다. 시총으로 환산하면 2조7208억~3조4009억원이다. 다만 WCP도 시장에서 적정 시총을 3~4조원으로 평가받은 것과 달리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 희망가를 산출했다.
앞서 상장을 한 번 철회했던 대명에너지와 보로노이도 희망공모가를 대폭 낮춰 상장을 완료한 바 있다.
하반기에는 공모주 투자자에게 더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최대어였던 LG에너지솔루션의 뒤를 이어 하반기에는 케이뱅크와 현대오일뱅크, 컬리(마켓컬리) 등의 조 단위 대어들이 상장에 도전한다. 이들 역시 합리적인 공모가와 공모 방향을 고심 중이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물량의 최대 40%를 구주매출로 계획했던 현대오일뱅크가 전량 신주모집으로 변경했고 컬리도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장기 락업을 확보한 의무보유 확약서를 제출했다”며 “유통시장 투자자에 우호적인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