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생보사 사망보험 손해율 ‘경고등’…중·소형사 ‘적자의 늪’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2.07.08 06:00
수정 2022.07.07 13:42

평균 87%로 5년여 만에 최고

기존 고객 보험료 인상 우려

국내 생명보험사의 사망보험 손해율이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연합뉴스

국내 생명보험사의 사망보험 손해율이 5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보사의 예측보다 관련 상품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불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몇몇 곳은 적자의 늪에 빠진 실정이다.


영업에 제동이 걸린 사망보험에 숨을 불어 넣기 위해 가입 심사 과정인 언더라이팅 문턱을 지나치게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애꿎은 기존 가입자의 보험료만 오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국내 22개 생보사의 사망보험 위험손해율은 평균 86.9%로 전년 동기 대비 5.5%p 올랐다.


이 수치는 생보사가 지급한 사망보험금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가 예상하고 있었던 사망보험금과 비교해 실제로 나간 보험금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같은 생보업계의 사망보험 위험손해율은 지난 2016년 말 8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만큼 근래에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생보업계의 사망보험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얘기다.


각 사별로 보면 DGB생명의 사망보험 위험손해율이 114.8%로 최고였다. AIA생명과 신한라이프의 사망보험 위험손해율도 각각 104.0%와 101.5%에 달했다.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었다는 건 보험사의 예측보다 빠져나간 보험금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KDB생명(98.9%)과 푸본현대생명(97.1%)의 사망보험 위험손해율 역시 100% 턱밑까지 올라섰다. 이밖에 미래에셋생명(94.5%)·하나생명(92.8%)·흥국생명(92.3%)·삼성생명(91.8%) 등의 해당 비율이 90%대로 높은 편이었다.


사망보험 위험손해율 상위 10개 생명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보험 상품의 위험손해율이 높아지는 현상은 언더라이팅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언더라이팅은 생명보험 계약 시 고객이 작성한 청약서 상의 고지의무 내용이나 건강진단 결과 등을 토대로 계약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 과정이다. 언더라이팅을 완화하면 기존에 가입을 거절당한 고객을 끌어들이며 판매를 확대할 수 있지만 향후 손해율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특히 사망보험 상품이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 이런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사망보험은 여러 보험 상품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싼 편으로, 생보사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다. 그런데 사망보험이 과거처럼 잘 팔리지 않자 미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판매 경쟁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생보사가 사망보험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23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줄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생보업계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기존 고객이 불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예상치를 크게 넘어설 정도로 높아진 손해율은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사실상 과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역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사망보험을 둘러싸고 단기성과를 위해 언더라이팅 기준을 과도하게 낮추는 건 기존 가입자와의 형평성 등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