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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수출 늘지만, 국내선 찬밥”…고물가·작황부진에 중국산 다시 주목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2.07.07 06:38 수정 2022.07.06 16:03

5월 수입량 2만4844톤으로 '역대 최대'

채솟값 뛰자 중국산 김치로 갈아타

국내 기업, 국산 김치 확장하고 싶어도

가격 경쟁력·규제 등 여전히 발목

지난 11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에 있는 'CIA 앳 코피아'에서 개최된 제2회 '미국 종가집 김치 쿡오프' 사전 마케팅 행사에서 현지인들이 종가집 김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대상그룹 지난 11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에 있는 'CIA 앳 코피아'에서 개최된 제2회 '미국 종가집 김치 쿡오프' 사전 마케팅 행사에서 현지인들이 종가집 김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대상그룹

한류와 K-Food(케이푸드·한국식품) 열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인한 수요 증가로 국산 김치의 수출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국내서는 고물가, 작황부진 등의 부정 요소로 중국산 김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억5990만 달러(약 2066억 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7900만 달러, 약 1021억 원)부터 꾸준히 늘어났다. 수출 대상국도 2011년 61곳이었으나 지난해 89곳으로 대폭 확대됐다.


김치는 대형 유통매장·편의점·온라인몰 등 다양한 유통망 입점이 확대되면서 수출이 늘었다. 여기에 K팝, K콘텐츠로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대표적인 한국 음식인 김치로까지 이어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김치가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으로 인식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해외에서의 위상과 달리, 국내 B2B 김치 시장에서는 중국산 김치에 밀려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국산 배추 값이 무서운 기세로 치솟으면서 배추 김치를 제조·판매하는 기업부터 소비자 식탁까지 도미노 타격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 5월 김치 수입량은 2만4844톤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 기록이 시작된 2007년 이후 동월 기준 역대 최대로 전년 동월(2만1147톤) 대비 17.4% 증가한 규모다. 여전히 요식업계를 중심으로 수입김치가 갖는 힘이 건재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상 종가집 횡성공장에서 관계짜들이 김치를 제조하고 있다.ⓒ대상그룹 대상 종가집 횡성공장에서 관계짜들이 김치를 제조하고 있다.ⓒ대상그룹
◇ 중국산 김치, 국내 식당 다시 ‘점령’…“물가상승 등 부정요소 영향”


국내 김치 수입량은 2019년 30만6050톤으로 최대치를 찍고 점차 감소하는 추세였다. 2020년 수입량은 28만여 톤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되며 여론의 공분을 산 탓에 지난해 수입량은 큰 폭으로 꺾인 24만 톤에 그쳤다.


그러나 부정여론이 잠잠해 지면서 다시 중국산 김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현재 자영업 음식점의 90% 이상이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김치 수입액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고 감소세에 있던 무와 배추 등 김치 부속재료 수입까지 덩달아 늘어났다.


올해 들어 김치 수입량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는 물가 상승이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과 채소 가격이 오르면서 부담이 높아진 외식 자영업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수입 김치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특히 유가와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상승과 가뭄 등도 관련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폭염에 장마까지 이어지면서 배추를 비롯한 엽채류 채소의 가격은 지난 한 달 동안만 10~20% 올랐다.


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60대)씨는 “몇 개월 전만해도 배추가 5000원 대였는데 지금은 6000~7000원대까지 올랐다”며 “최근 두 달간 채소 가격이 전반적으로 20~30% 올라 이익도 비슷한 비율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향후에도 김치 가격은 지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건비와 기름값 등 생산비가 오르면서 김장에 쓰이는 가을배추 재배 의향도 전년보다 6%가량 줄었다. 또 폭염에 이른 장마까지 겹치면서 김치 제조에 필요한 각종 채솟값도 무섭게 뛰고 있다.


대관령 배추 산지를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폭염과 장마가 동시에 오면 노지에서 자라는 재배 품목들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다”며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생산비용이나 투자비용이 평년대비 몇곱절 더 들어가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종가집 김치 이미지ⓒ대상그룹 종가집 김치 이미지ⓒ대상그룹
◇ 국산 김치 ‘힘’ 발휘 어려워…“가격 경쟁력·규제 발목”


중국산 김치가 음식점 밥상을 점령하게 된 이유는 가격이 절대적이다. 현재 음식점에 들어가는 국내산 김치(10㎏) 가격은 3만원에 육박한다. 반면 중국산 김치(10㎏)는 1만 1000~1만 5000원으로 2~3배 차이가 난다. 고춧가루도 국산이 수입산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최모(40대)씨는 “중국 김치와 국내산 김치와의 가격 차이가 크다 보니 비용 때문에 중국 김치를 선택해 손님 식탁에 내놓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배추 가격이 급등해 가격이 뛸 때마다 깍두기 등으로 대체하는 쪽으로 위기를 넘겨왔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산 김치 만큼은 아니지만 중국산 김치 가격도 많이 올라서 단무지 무침으로 대체할 지 고민 중에 있다”며 “김치는 필수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오를 경우 아예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치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먹거리 안전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1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국에서 배추를 대량으로 절이는 방법’ 이라는 영상이 공개된 바 있는데, 당시 영상에 알몸의 남성이 구덩이에서 배추를 절이는 비위생적인 모습을 담아 충격을 안겼다.


대상, 제일제당 등 국내 대기업 김치 제조업체들은 국내 외식 B2B시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B2B 채널 특성과 최신 트렌드에 맞춘 편의식, 소스 등 B2B 전용 상품 확대와 더불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통해 전용제품을 개발하는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김치 관련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자율협약 등 규제로 인해 B2B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식당들이 중국산 김치를 쓰게 된 데는 가격뿐 아니라 규제 문제도 얽혀있다. 2011년 김치가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18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은 업소용 김치 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다.


규제는 2019년 해제됐지만 대기업과 공공기관, 대한민국김치협회 등 관련 단체의 자율협약에 따라 대기업은 일반 식당 및 대학에서 철수하고 중·고교 급식 및 군납시장 확장을 자제해야 한다. 법적 강제성은 없어도 여전히 대기업 김치가 일반 식당에 진출하는데는 어려움이 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산 김치 가격이 중국산과 어느 정도 맞춰져야 식당 등에서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시장 논리 만으로는 어렵다”면서 “중국은 워낙 땅덩이가 넓어 생산 양이 많고 가격대도 낮다.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김치 가격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식당 자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김치에 돈을 많이 쓰려는 식당은 없다”며 “국내 외식 시장에서 국내산 김치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지원금을 주거나 세금 혜택을 주는 등 판매 가격을 줄여도 이윤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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