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프랜차이즈, 생두 부가세 면제에 ‘갸우뚱’…“실효성 미미”
입력 2022.07.06 06:48
수정 2022.07.05 15:25
정부, 커피 원두 부가세 내년까지 면제
볶은 원두 대책서 제외, 생두만 적용
커피 가격상승 요인 원두 외에도 다양
업계 “소비자 오해 일으킬 수 있어”
정부가 국내 커피 가격 안정을 위해 내년까지 수입 원두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키로 한 가운데, 커피 제품을 생산하는 식품 기업들과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커피값 인하나 가격 방어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6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대책에는 기호 식품인 커피·코코아 원두와 가공 식료품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이에 블레스빈, 우성엠에프, 엠아이커피, 지에스씨인터내셔날 등 주요 커피 생두 수입 유통업체들은 부가세 10% 면제분만큼 낮은 가격으로 커피 생두를 유통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생두 수입 유통업체들 역시 가격을 인하해 커피 생두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커피 생두 부가세 면제는 환율 등으로 높아진 수입 원가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한 일환이다. 한국이 수입해오는 전체 원두 가운데 생두의 비율은 89% 정도인데, 생두의 면세를 통해 유통되는 원두 가격을 낮추고 커피값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원가 9.1% 인하 효과와 함께 커피 생두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빠르면 8월부터 원두 구매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커피 생두가 국내에 수입되면 통관 절차를 거쳐 소분·소포장과 배송 등에 2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방안 추진에 대해 관련 업계는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반응이다. 면세 대상 품목이 유통 과정을 거치치 않은 생두로 제한돼 있어 커피 전문점은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부가세를 내야 하는 탓이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한 관계자는 “원재료비에서 차지하는 생두 원가가 300원이라면 고작 30원 감면 받는 꼴인 데다, 수혜업체도 개인 카페를 포함한 극히 일부 업체로 한정적”이라며 “정부의 예상치 대비 체감하는 변화는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업체는 수두룩 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브라질·베트남 등을 포함한 30여개 국가 현지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커피 원두를 공급 받고 있지만 생두가 아닌 볶은 원두를 수입하고 있어 이번 대책에 따른 수혜는 전무하다는 입장이다.
이디야 커피 역시 브라질·베트남 등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현지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커피 생두를 수입, 국내에서 로스팅 과정을 거쳐 판매를 하고 있지만 부가가치세의 경우 환급이 가능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부가세 혜택을 보더라도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우세했다. 혜택을 받는 주요 업체로부터 생두를 구매하는 카페들이 커피 가격을 내려야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원두 가격뿐 아니라 우유, 코코아, 설탕 등의 원부자재 비용이 크게 상승한 데다, 물류비는 물론 빨대·플라스틱 컵 가격, 인건비까지 관련 비용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커피 값 인하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커피값에 생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이번 조치로 원두 수입가격은 9.1% 하락하겠지만, 로스팅을 함에 있어 도시가스·LPG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 요금 인상에 인건비까지 줄줄이 올라 효과는 크지 않을 듯 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B씨도 “커피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은 굉장히 다양하고도 복잡하다”며 “생두 외에도 일회용컵, 빨대, 리드, 우유, 과일, 시럽 등 다양한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등도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국내서 RTD커피음료를 제조하는 업체들 역시 대체로 원가절감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함께 원자재값 상승과 물류비, 인건비, 전기료 인상 등 경영애로 요인이 상존해 즉시 소비자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생두를 직접 가공하는 제조업체나 일부 개인 커피 전문점은 부분적인 원가 인하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커피 RTD 업체는 생두를 직접 가공하지 않는 데다, 커피 원두가 원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 제품가격 인하를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인해 원재료비를 절감하고도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부가가치세는 먼저 내고 나중에 환급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부가가치세를 환급받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원재료비 9% 절감을 받는다는 식의 표시는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난감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