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까지 오르면 끝”…유통·외식업계, 내년도 ‘동결’에 한 목소리
입력 2022.06.21 06:37
수정 2022.06.20 18:05
소상공인 기대했던 ‘업종별 차등 적용’ 무산
자영업자 “현실적 최저임금 반드시 반영” 주장
2023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이 오는 29일로 임박한 가운데, 편의점과 외식업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최소 올해 수준(9160원) 동결을 원하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폐업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통해 업계 어려움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지난 16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제4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친 결과 부결됐다. 이에 따라 2023년도 최저임금은 예년처럼 업종과 무관하게 단일 금액이 적용된다. 이제 쟁점은 현재 9160원인 최저임금을 얼마나 인상하느냐다.
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생사가 달린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무조건 동결돼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간 대부분의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들은 지불능력의 격차를 감안해 업종별 최저임금 수준을 달리 적용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5년간 가파르게 인상됐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2017년 6470원이었던 시간당 최저임금은 2022년 9160원으로 41.6%나 올랐다. 2018년 16.4%, 2019년 10.9%로 초반 2년간 최저임금을 급격히 높였다.
그러나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 자영업자 경영난 악화 등 역풍이 불면서 2020년 2.9%, 2021년 1.5%로 속도를 늦췄고 2022년에는 최저임금을 5.1% 인상했다.
자영업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현재 9160원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암흑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최저임금 수준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편의점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업종 특성상 대부분의 편의점이 최저임금을 받는 시급노동자를 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 인건비 부담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이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업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 동안 하루 8시간 기준 평일 5일을 모두 출근했다면 하루치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보장해야 한다.
주 단위로 임금을 정할 때 근로시간 수와 주휴 시간 수를 합산해 최저임금을 계산한다. 야간수당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는 생계를 위해 편의점 한 곳만 운영하는 점주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국내 4대 편의점에서 편의점 한 곳을 운영하는 생계형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의 70%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가맹점주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소비가 급격히 움츠러들면서 전체 매출이 2~3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한 집 건너 한 집 편의점으로 경쟁률도 높아지면서 점포당 남는 순이익 역시 크게 줄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24시간 아르바이트생을 쓰면 한 달에 900만원이 나가는데, 4대보험에 주휴수당에 퇴직금까지 지급하면 시간당 1만2000원~1만3000원을 지급해야 법적으로 이상이 없다. 여기서 더 올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 상황이 최악이고 나라에서 자영업자에게 돈까지 줄 정도로 형편이 없는데, 최저임금 법 취지와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면서 “지금은 자영업자 상황에 맞춰 동결이 아닌 인하를 해야 할 때다. 협회차원에서 성명서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식업계도 반드시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밀가루·식용유 등 식자재 수입난을 겪으면서 재료비가 폭등해 상황이 너무 어려운 데다, 구인난으로 최저임금 보다 높은 임금을 주고 사람을 쓰고 있는데 경영애로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풀린 유동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치솟는 물가를 더욱 자극해 임금발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민간소비 위축, 고금리로 인한 투자 위축 등 경기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프랜차이즈를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밀가루·식용유 등 식자재 재료비가 폭등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 지난 2년간 장사를 한 날보다 문닫은 날이 더 많았다. 반드시 동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물가인상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고충을 겪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은 또 한번 물가를 부추길 수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겨우겨우 버텨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철 한국외식업중앙회 국장도 “외식업계의 경우에는 특히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거리두기 해제가 됐지만 2년 동안 쌓인 빚도 많아 업종별 차등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는데 무산돼 유감스럽다”면서 “여러가지로 부담이 큰 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올바른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