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자' 딱지 붙이고 인정하면 보상해주겠다는 민주당 [김하나의 기자수첩]
입력 2022.07.01 07:19
수정 2022.07.01 05:53
정보 접근권 독점 文정부, 해양수산부 공무원에 '월북자' 딱지
비정상적인 개인력 크게 부각시키는 방식…도박 빚 부풀려 발표
'같은 호남이니 같은 편 아니냐' 민주당 월북자 인정 회유 정황도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수히 많은 '딱지 붙이기'를 한다.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생겼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남성 성소수자'를 떠올린 일이 대표적이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병력이 '조현병'이 아닌지, 국적은 '조선족'이 아닌지 확인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딱지를 붙이면서 사회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비정상적인 개인과 집단을 배제시켜 사회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박탈한다.
하지만 정보 접근권을 독점한 국가가 직접 나서 개인에게 딱지를 붙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에게 '월북자'라는 딱지를 붙였다. 공무원 이대준씨의 아들은 "아버지는 월북자로 낙인찍혔고 저와 어머니, 동생은 월북자 가족이 되어야 했다"며 "'월북'이라는 두글자로 저는 어머니와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국가는 비정상적인 개인력을 더 크게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월북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해경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자진 월북의 근거로 "피살 공무원의 전체 채무가 3억3000만원, 그중 도박으로 생긴 빚이 2억6800만원"이라고 했다. 도박 기간과 횟수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자진 월북을 단정 지었으나, 유족 측은 고인의 빚은 1억 원 이하로 실종되기 직전까지도 개인 회생에 힘썼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7월 결정문을 통해 "채무 금액이 이후 수사로 확인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고, 도박 채무의 경우 2배 이상 부풀려 발표되는 등 충분한 자료나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발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대준씨가 당시 도박 빚 등으로 정신적으로 공황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해경의 추측과 예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여 공정한 발표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월북자 딱지를 인정하라고 회유한 정황도 나타났다. 이대준씨의 친형은 최근 "(2년 전 사건) 당시 민주당은 TF를 만들어 저한테 '같은 호남이니 같은 편 아니냐. 월북 인정하면 보상해주겠다', '기금을 조성해서 주겠다', '어린 조카들을 생각해서 월북 인정하라. 그러면 해주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하지만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난 그런 돈 필요 없고, 동생의 명예를 밝힐 것이고,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월북자 딱지로 생긴 유족의 상처를 무엇으로 측정해 값을 매기고 보상하겠다고 했을까. 그 대가는 지독해 보인다. 유족마저 이미 숨져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대준씨를 '월북자'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사건의 진실은 봉인된다. 이 경우 북한군이 비무장한 우리 국민을 사살한 사건이 '자진 월북 사건'으로 정당화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고 방치됐던 6시간 동안의 행적은 은폐될지도 모른다.
진상규명에 필요한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월북 사건으로 일축해버리는 건 '월북 가족'이라는 딱지를 평생 달고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할 유족에게 지독한 낙인일 수밖에 없다. 유족들은 그 날 서해상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알권리가 있다. 이 사건을 당파적으로 해석할 게 아니라 진상규명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국가가 한 사람의 일생을 낙인찍는 것이라면 그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