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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는 게 답-고유가①] 더 낮출 세금이 없다…소비 줄이는 게 최선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2.06.27 16:40
수정 2022.06.27 16:41

유류세 최대치 낮춰도 유가 고공행진

세금 인하 한계…소비 줄일 필요

IEA, 석유 감축 방안 10가지 제안

국내 기름값이 지속 상승하면서 소비 감축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안내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유류세를 최대한도까지 낮췄음에도 국내 기름값은 연일 치솟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추가 상승이 예상되면서 소비를 줄여 가격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리터(ℓ)당 전국 평균 기름값은 휘발유 2133원, 경유 2152원이다. 가장 비싼 주유소 경우 휘발유 3096원, 경유 3223원에 이른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결정했던 지난해 10월 말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이 1760원 선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373원가량 오른 셈이다.


유류세 최대폭 감면에도 기름값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전문가들은 소비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라는 시장 논리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사실상 남은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소비 절약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유류세 인하가 정유회사 배만 불리고 실제 효과는 떨어진다는 비판 때문에 세금 인하보다는 소비 감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독일 경우 우리처럼 이달 초부터 유류세 인하 정책을 도입했으나 제도 시행 다음 날부터 계속 가격이 오르면서 고민에 빠진 상태다. 레나테 퀴나스트 전 독일 농림부 장관은 “현재 주유비 할인제는 석유 회사 주머니만 채워주는 가짜 할인”이라고 비판했다. 독일경제연구소(DIW)의 경제학자인 마르셀 프랏셔 또한 “주유비 할인제는 큰 실수이며, 세금 30억 유로의 대부분이 석유 회사에 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15일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1억 160만 배럴로 올해보다 2.2% 늘어나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IE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원자재 시장이 혼란에 빠졌고, 특히 러시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석유 시장 타격이 가장 큰 상황이라며 석유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IEA는 “앞으로 러시아산 석유 공급이 많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7~8월까지 수요가 정점에 달하면 수급 불균형이 더욱 가중되고, 유가가 크게 상승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험이 있다”며 “러시아가 주요 공급자인 경유 시장을 비롯해 일부 유종의 경우 이 같은 위험이 이미 감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IEA는 석유 사용을 줄이는 방안을 본격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EA는 구체적으로 석유 소비 감축 방안 10가지를 소개했다. 주로 수송부문에서 석유 소비가 많은 만큼 교통 정책을 통해 석유 사용을 줄이는 내용이다.


IEA는 구체적으로 고속도로 주행속도를 10km/h 낮추거나 재택근무를 확대해 석유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 ▲일요일 도심 승용차 운행 제한 ▲대중교통 요금 인하 ▲소형 이동장비·자전거 등 이용 때 혜택 제공 ▲차량 2부제 시행 ▲항공기 대신 기차 등 이용 ▲항공 출장 축소 ▲전기차 및 고효율 자동차 확대 등의 정책이 석유 수요를 줄이고 가격 급등을 막을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IEA는 선진국이 이러한 조치를 이행할 경우 향후 4개월 안으로 석유 수요가 현재 수준 대비 하루 27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 일부 국가는 IEA 제안대로 대중교통 요금을 낮추거나 무료화하는 등 수요 감축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뉴질랜드는 기름값 상승에 따른 서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개월간 대중교통 요금을 50% 낮추기로 했다. 기름값이 1년 사이 60% 가까이 오른 스페인은 약 21조원을 투입해 운송회사 등 일부에만 주던 연료 보조금을 일반 시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독일은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와 함께 대중교통 이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향후 3개월 동안 월 9유로(약 1만2000원) 수준으로 무제한 탑승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석유 소비 감축 정책은 10년 전 우리 정부도 추진한 바 있다. 2012년 5월 당시에도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자 정부는 ‘고유가 대응을 위한 석유 소비 절감 대책’을 통해 ▲고효율 차량 확산 ▲대중교통 이용 확대 ▲친환경·경제 운전 정착 ▲석유 의존적 구조 완화 ▲공공차량 운행억제 등을 추진했다.


IEA는 “각국 정부의 석유 가격 인하 정책은 가난한 계층과 경제활동에 자동차가 필수적인 사람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보조금 직접 지급은 인구 중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을 위해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줄이는 게 답-고유가②] 주행 속도 낮추고 운행 횟수 줄여야…‘카프리 선데이’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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