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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주머니'냐, '개딸'이냐…이재명 맹목 지지층 실체는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2.06.27 01:37
수정 2022.06.27 01:38

'개혁의 딸', 실제론 '개혁 아주머니'?

"'개딸'이라더니 아이 어머니더라"

봉하·선거현장서도 4050 여성 목격

"올리는 글들 보면 4050 아주머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이른바 '개딸'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 마이크를 잡은 이 의원의 뒷쪽으로 '개딸'들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향한 맹목적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관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들이 실제로 2030 세대 여성인지, 아니면 전통적 지지층인 4050 세대 여성들이 명패만 '개딸'로 바꿔단 것인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의원은 26일 새벽까지 SNS를 하며 이른바 '개딸'들과 소통했다.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 방향을 논의한 1박 2일 간의 워크숍 직후였는데도 불구하고, 이 의원은 좋아하는 음식, 헤어스타일, 도서 추천 등을 소재로 '개딸'들과 SNS 문답을 이어갔다.


새벽 무렵에는 이 의원이 '개딸'들에게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지만 오늘만큼은 좋은 밤 되기를 바란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고, 이에 '개딸'들도 "안녕히 주무세요, 아버지" 등의 인사로 화답했다.


이들 '개딸'의 정체와 관련해 민주당 안팎에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일 SBS TV에 출연한 자리에서 "'개딸'이라는 게 2030 여성이 아니다"며 "그 사람들 올리는 글들을 보게 되면 4050 아주머니"라고 단언했다. '개딸(개혁의 딸)'이 아니라 '개주머니(개혁의 아주머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이 온라인 공간에 남긴 글들의 문법을 보면 과연 2030 세대인지 의문을 갖게끔 하는 글들이 많다. 진 전 교수는 '2030 냇물이 민주의 강물과 개혁의 바다로' '앞서서 나가싸우신 선배들의 길을 이제 우리가 뒤따라 함께 가겠다' '2030 개딸 냥아들이 4050 선배들을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을 가리켜 전형적인 4050 세대 문법이라고 분석했다.


비단 진 전 교수의 분석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목격한 '개딸'들도 2030 세대 여성이 아닌 4050 세대 여성, 즉 '개주머니'라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개딸'이라며 심한 내용의 문자를 했기에 전화해보니 아이 어머니더라"고 전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달 20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내는 자칭 '개딸'들을 가리켜 "그게 정말 '개딸' 분들인지 사실 좀 궁금하긴 하다"며 "내가 많은 지역을 다니면서 40~50대 분들의 비난은 많이 들었지만, 그런 분들 중에 2030 여성은 단 한 분도 계시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지현 전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일을 맞이해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자리에서 욕설을 듣는 봉변을 겪었는데, 욕설을 한 주체는 50대 여성이었다.


지난달 21일 경기 분당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당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지원유세 때도 유세 시작을 한 시간여 앞둔 밤 9시 무렵부터 4050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들은 당시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맞이한 윤석열 대통령이 환영 만찬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베푼 것을 놓고 "무슨 유물들 있는 곳에서 만찬을 하느냐" "그 자리에 이재명 대통령이 있었어야 했다"며 열을 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당사 앞에서 열린 집회 현장이나 이재명 의원의 계양산 등산 현장을 봐도 마스크로 얼굴은 가렸지만 4050 여성들이 주력을 이루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이들 '개주머니' 분들의 행태는 어렸을 적 H.O.T.나 젝스키스가 있었을 때의 잘못된 팬덤 문화의 후유증이거나 주부 우울증의 발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외연 확장성' 유무의 문제 직결
계양을 보선 때도 대중 거부감만 불러
박지현, 이재명과 '개주머니' 분리 충언
"현실 직시할 수 있을지 이재명의 몫"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행사를 가진 직후 이른바 '개딸'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이 2030 세대 여성인지, 아니면 '개주머니(개혁의 아주머니)' 4050 세대 여성인지는 왜 중요할까. 8·28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노리고 있으며, 당대표가 될 경우 2024년 총선을 지휘하게 될 이재명 의원의 외연 확장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로 알려졌던 2030 여성들 일부로부터라도 맹목적 지지를 끌어낸 게 사실이라면 이 의원에게는 외연 확장성이 있는 셈이다. 이 의원이 '개딸' 현상을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형태"라고 극찬하며 소통과 관리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딸'은 자칭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원래부터 민주당을 지지했던 4050 세대 '개주머니'들이 이름만 바꿔단 것에 불과하다면 이 의원은 외연 확장성이 없는 셈이 된다.


게다가 2030 세대의 지지와는 달리 4050 세대의 지지는 정치적 파급력이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6070 세대 어르신들이 아무리 매주마다 태극기를 들고 쏟아져나와도 정치적 파급력이 전혀 없지 않느냐"며 "유독 청년 세대의 움직임이 머릿수와 무관하게 정치적 파급력을 갖는 것은 그것이 청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4050 세대 여성들이 지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당시 골목길을 단체로 몰려다니며 음식점 등에 들어가 "이재명이 왔다"고 소란을 피우고, 이 의원을 집단적으로 "아버지" "파파"라고 부르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는 커녕 '해괴한 모습'으로 각인돼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선거전 도중에 예상을 뒤엎고 이재명 의원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오차범위내 '시소 게임'을 벌이는 상황에까지 몰리자, 이 의원도 일정 사전 공지와 유튜브 라이브 중계 등을 포기하고 조용히 골목골목을 누비며 선거운동을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꿔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의원이 여전히 맹목적 지지층 '개딸(개혁의 딸)'에 미련을 두며 새벽까지 SNS를 하는 등 '관리'를 단념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 스스로도 현장에서 많은 '개주머니(개혁의 아주머니)'들을 목격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들 전부가 4050 세대 여성은 아닐 것이며 2030 세대 여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재명 의원의 천거로 비대위에 입성했던 것으로 알려진 박지현 전 위원장이 계속해서 현실을 일깨우고 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지난 24일 SNS에서 폭력적 팬덤을 끊어내자면서도 굳이 현 상황 대신 예전 일을 끄집어내 "폭력적 팬덤의 원조는 '극렬 문파'"라며 "이들의 눈엣가시가 돼 온갖 고초를 겪은 정치인이 이재명 의원"이라고 말했다. '개딸'의 대명사인 박 전 위원장이 이 의원은 두둔하면서도 이 의원과 '개주머니'들을 분리하는 '투 트랙 화법'을 구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재명 의원에게 4050 세대 '개주머니'들의 잘못된 팬덤 문화에 취해있지 말고, 2030 세대 등 진정한 '개딸'들에게로 확장성을 가지라는 박 전 위원장 나름대로의 충언 아니겠느냐"면서도 "정신을 차려서 현실을 직시하고 충언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이 의원의 몫"이라고 바라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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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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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레스룸 2022.06.27  10:04
    개딸??  개 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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