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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심사에서도 못 걸러냈으니, 원숭이두창 확진자 신상 공개하라"?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입력 2022.06.27 05:42 수정 2022.06.27 10:30

21일 30대 내국인 원숭이두창 확진…당국 "성별은 공개 대상 아니야"

언론보도 통해 성별 공개되자 동성애 추측 난무…시민 "차라리 투명하게 공개하라"

전문가 "동성애와 상관 없는 사람도 감염되는 병…성병 아니야, 낙인이 사회안전 위협"

"동선 공개는 아니어도 검역대서 어디까지 이동했는지 정도는 공개해야 국민 불안 줄어들 것"

지난해 12월 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데일리안 DB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당시와 달리 신상 공개를 하지 않자 일부 시민들은 방역 당국을 못 믿겠고, 불안하다며 신상 및 정보 공개 요청과 추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와는 다른 전염성 양상을 가지고 있고, 동선 등의 무조건적인 정보 공개는 오히려 확진자 찾기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낙인이 생기면 질병 신고를 더 어렵게 만들고, 이것은 결국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질병관리청은 "21일 오후 4시쯤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내국인 A씨가 질병관리청에 의심 증상을 신고해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유전자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한 결과 확진자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후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원숭이두창 관련 브리핑에서 '확진자의 성별, 나이대 등 최소한의 사항에 대한 공개가 가능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감염병 확진 환자와 관련된 개인정보 가운데 성별과 연령은 공개 대상이 아니다. 연령대가 30대라는 정도만 밝히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수의 언론보도를 통해 확진자의 성별이 남성인 것이 밝혀지면서, 동성애와 관련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일부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 당시처럼 동선 공개 등 투명한 정보공개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입국심사를 강화했는데도 확진자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 못 미덥다"며 "원숭이두창의 전염성이 코로나19보다 낮다고 해도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만큼 제대로 된 대처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디서 걸렸는지는 알아내야 우리 스스로 조심할 수 있지 않느냐"고 촉구했다.


20대 직장인 A씨는 "확진 기사의 댓글을 보면 성별, 지역까지 써놓은 곳도 있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차라리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정보를 공개하면 확진자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동성애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 감염자와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는 감염병이다. 성병이 아니다"며 "감염자가 쓴 수건을 써서 감염되거나 여러 가지 물건을 통해 감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이대와 일부 신상은 공개해도 되지만 성별을 공개하는 것은 잘못한 걸로 보인다"며 "방역당국이 동선 공개까지는 아니어도 검역대에서 어디까지 이동했는지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면 오히려 국민 불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동선 공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파 양식과 감염병의 위험 정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며 "감염병 환자를 찾아내는 게 정치적 올바름을 떠나 사회적 낙인이 생기면 질병 신고를 더 어렵게 만들고, 결국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원숭이두창 감염자 데이터의 빈도가 한 성별에서 높게 나타나긴 했지만 확진됐다고 무조건 동성애는 아니다"고 전제하고 "과학적인 사실 판단과 가치 판단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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