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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는 디스플레이…경제 안보 벽 허물어진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2.06.23 15:04
수정 2022.06.23 15:04

디스플레이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포함 여부 여전히 미지수

업계 "군수산업 포함되는 디스플레이, 중요 경제안보 산업"

2021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 산업전시회'에서 관람객이 전시관을 보고 있는 모습.ⓒ뉴시스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디스플레이 포함 여부가 아직도 공식화되지 못하며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결국은 경제안보를 허무는 것은 물론 국내 중소·중견기업까지 휘청이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디스플레이를 전략산업에 추가하는 방안을 놓고 여전히 검토 중이다. 국가첨단전략기술은 정부가 국가 핵심기술로 분류한 기술이다. 해당 기술로 지정되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따라 정부에서 연구개발(R&D), 세제 혜택 등을 지원 받는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는 반도체, 백신, 배터리 등만 포함됐다. 국가경제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첨단 기술 사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 등이 골자인데 디스플레이는 외면받은 셈이다.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 질서에 앞서 언급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세 가지만 포함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항공 등을 망라한 군수 산업에 디스플레이가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제안보 관련 법안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가 빠진 이유를 모르겠다. 정부가 이 산업의 장기적인 중요성을 다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하나 시급한 문제는 휘청이는 국내 기업 실적이다.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저가 물량 공세로 인해 17년간 지켜오던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뺏긴 상태에서 전략산업 지정까지 배제되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에서 30년 만에 완전 철수를 선언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올해 2분기 약 30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패널 제조사인 삼성·LG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중소·중견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나 배터리 등과 다르게 국산화율이 70%에 달해 그에 따르는 중소기업 낙수효과가 엄청나다. 반대로 현재와 같이 산업이 휘청일 땐 중소·중견기업들의 파이도 그만큼 줄어든다.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협회 본부장은 "디스플레이 회원사 소부장 업체 대부분은 반도체를 함께 영위하는 기업이 많다"며 "공교롭게 2차전지 공정이 디스플레이 공정과 유사해, 현재 소부장들이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반도체나 배터리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 측면에서는 일단은 다행인 셈"이라고 했다.


이어 "이처럼 보통 한쪽 산업군이 휘청하면 다른 산업군을 주력하는 형식으로 기업 전략을 짜기에 (현재까지 문제는 없지만), 전략산업 지정이 더욱 늦어질수록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전체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10월 내에 국무총리 주재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와 기술조정위원회 등을 거쳐 전략산업 디스플레이 포함 여부를 확정 짓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그간의 정부 태도를 감안하면 전략산업 지정을 보장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대학에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있지만 여전히 디스플레이는 향후 10년간 7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전략산업 지정이 안되면 반도체나 배터리 쪽으로 더욱 무게가 기울테고 디스플레이는 점점 인력난을 해소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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