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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300원 돌파②] “1320원도 열어놔”…强달러에 당국 속수무책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2.06.23 10:30
수정 2022.06.23 10:06

美 파월 의장 ‘경기침체’ 발언에 치솟아

강달러 기조 하반기도, 1300원 안착 우려

"통화스와프 등 정책 공조로 대응해야"

지난 22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년만에 1300원을 돌파하며 경험하지 못한 레벨로 상향했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긴축정책 속 국내 무역수지까지 악화되며 원화 약세 요인까지 등장, 당국이 환율 진정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 시장은 당분간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단을 1320원까지도 열어놔야 한다고 보고 있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원 급등한 1299원에 거래를 시작했고, 장 초반 13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것은 종가 기준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04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9시 23분 기준 달러인덱스는 104.19에 거래중이다.


외환당국은 환율이 1300원을 위협할때마다 개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앞서 당국은 지난 3월 7일, 4월 25일, 이달 14일에도 공식 개입을 했다. 지난 20일에도 환율이 장중 1295.30원까지 치솟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가 장관이 구두성 발언으로 나섰으나, 소폭 하락시키는데 그쳤다.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은 것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강력한 금리인상 정책을 시행중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고강도 긴축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지난 15일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을 단행하고, 연내 2~3차례 추가 인상까지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이날은 파월 연준 의장이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강력한 금리인상 의지와 함께 경기침체 우려를 표하며,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을 촉발시켰다는 분석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볼 때까지 긴축행보를 이어가겠다”며, 이같은 계획이 미 경제를 침체로 몰고갈 위험이 없냐는 질문에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확실하게 가능성으로 존재한다”고 답했다. 내달에도 연준이 0.5%p 또는 0.75%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물가에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을 가늠하기 어렵고, 우크라이나와 중국 경기둔화 리스크는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경상수지 악화까지 더해지며 당분간 환율을 끌어내릴 재료가 부재하다는 우려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어제부터 경기침체 우려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며, 인플레가 아직도 정점을 찍지 않았다는 시각이 더해져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뚫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환율 1300원 돌파로 해외 자본유출과 함께 글로벌 달러 유동성 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환율 상승 흐름이 이어져 일시적으로 1320원까지도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 진정을 위해서는 당국 개입 차원을 넘어선 정책 대응 공조가 시급하다는 제언이다. 환율이 오버슈팅하면 통상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외환 당국의 구두개입, 한은의 금리인상이나 외환보유액을 판매를 이용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등이다. 그러나 당국 개입은 약발이 먹혀들지 않았고, 외환보유액(4477억1000만 달러)은 환율 변동 확대로 석 달 연속 줄어들며 1년 3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중이다. 현 시점에서 이같은 카드를 사용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백 연구원은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섰지만 강달러 현상은 글로벌 추세”라며 “미국 역시 국채 금리가 너무 올라서 한미 통화스와프 등의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환율 폭등에 오히려 정책 당국 공조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외환시장 안정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강달러 기조 속에 환율이 1300원을 찍었고, 하반기까지 이어지며 1300원 초중반 상단까지 열어두고 있다”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외국인 자본유출 심화, 국내 무역수지 적자 등이 강달러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엔화나 위안화 등 다른나라 통화들을 살펴봤을 때 원화 약세는 한국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 경제 상황을 글로벌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수준의 위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 1300원 돌파③] "달러 없나요" 금융권도 비상…외화 유동성 '빨간불' 에서 이어집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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