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산적한데…수은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입력 2022.06.22 06:00
수정 2022.06.22 08:30
방문규 국조실장行… 2주째 공석
수출기업 지원·지방 이전 '과제'
대외정책금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수출기업 지원과 지방 이전 이슈 등 국책은행으로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의 실행 동력도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방문규 전 행장이 지난 8일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이후 수은 수장 자리는 2주 넘게 비어 있는 상태다. 수은은 현재 권우석 전무이사 겸 수석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수은은 기획재정부 소관 정책금융기관으로, 행장은 기재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금융 최고 수장인 금융위원장 인선도 국회 여야 대치로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수은 인선도 지체되는 형국이다.
수은 행장은 과거에도 기재부 출신이 다수였던 만큼 차기 수장도 관련 인사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철주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황건일 세계은행 상임이사 등이 거론된다.
금융권에서는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수장 공백 장기화로 인해 수출 기업 지원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최근 글로벌 경기위축을 동반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출 제조기업들도 부담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원자재 가격 수입부담은 확대됐지만, 소비침체로 수출을 늘려 손실을 상쇄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수출 타격도 이제서야 회복 수순에 접어들었다.
수은의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와 경기침체 영향을 받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공적수출신용 기관인 수은은 최근 해운사업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 등 기업 지원책을 내놓고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15만 유로 글로벌 펀드도 발행했다. 다만 어느 산업을 어떻게 지원할지 뚜렷한 방향성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금융권 최대 화두인 국책은행 지방 이전 과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국회에서 국책은행들의 지방 이전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법, 한국은행법, 수출입은행법, 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이들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여야가 함께 발의한 만큼 처리에 힘이 실릴 예정이지만, 금융노조 구성원들이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차기 수은 행장은 차별화된 대외 정책금융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역할론 정립은 수년째 지속되는 수은의 숙제다. 산은과 수은은 각각 대내 지원, 대외 지원 등으로 역할이 나뉜다고 하지만 온렌딩, 구조조정 역할에서 상당 부분 겹친다.
민간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을 간접 지원하는 대출 제도인 온렌딩은 수은과 산은 모두 해외 기업들을 지원하는 제도로 활용하고 있다. 또 두 곳 다 기업들의 주채권은행으로서 주력사업이 기울어질 때 채무기업의 구조조정을 맡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와도 업무 중복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08년 법 개정으로 수은은 보증, 공사는 보험으로 업무가 분담되긴 했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책임진다는 점에서 비슷한 업무로 평가받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다 보니 정책 방향이나 수장이 없으면 내부서도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수은 등 금융공공기관 수장 인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