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인재' 강조한 이재용... 국내·외 경제 위기 절박감 느꼈나
입력 2022.06.20 13:43
수정 2022.06.20 13:44
"유럽에서 보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크다" 우려
불확실성 높아지는 시장 상황... "좋은 사람 데려와야" 인재 확보 의지
'기술, 인재, 조직'
열흘이 넘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에서 나온 키워드다. 국내·외 경제 위기를 현장에서 목도하며 대책 마련의 절박함을 체감하고 돌파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읽힌다.
20일 업계는 오는 21일 3년 만에 열리는 삼성전자 상반기 전략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강력한 경영 메세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 기술·인재 확보와 조직 문화 개선 등이 향후 글로벌 경영위기에 대응할 삼성전자의 핵심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 귀국길에서 기술을 세 번이나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출장 소회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인재와 조직문화까지 언급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시장의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데려오고 조직이 변화에 적응하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인재 확보 여부에 따라 미래 경쟁력이 좌우된다는 설명이다.
그간 이 부회장은 삼성만의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강조한 바 있으나, 이번처럼 공개석상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수차례 언급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또 출국길에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으로 미루어 유럽 출장에서 공급망 위기나 원가 상승 등의 글로벌 경제 위기 심각성을 체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유럽에서 보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크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 ASML을 방문한 것을 꼽았다.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현재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에서도 수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품목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로 인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업체들과의 장비 확보 경쟁에서 앞서갈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출장을 계기로 전기차 배터리와 전장 관련 기술 투자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중 전장 기업 하만 카돈을 방문하기도 했다. 향후 대형 인수합병 가능성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21일 모바일사업부(MX)를 시작으로 22일 영상사업부(VD), 생활가전사업부(DA), 28일 반도체부품(DS) 부문 순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기술 초격차를 강조한 만큼, 장기적인 경쟁력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