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전장’ 재시동 건다…M&A 기대감↑
입력 2022.06.20 12:13
수정 2022.06.20 12:23
이 부회장, 유럽 출장서 자동차산업 동향 살펴
하만 최대실적에 조직개편까지…역량강화 본격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잠잠했던 삼성의 전장사업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법리스크로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던 그가 자동차산업 동향을 적극 살피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장이 이 부회장이 선정한 4대 성장 사업에 포함되는 만큼 관련 투자와 인수합병(M&A)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이번 유럽 출장길에서 BMW 등 협력사들을 만나 자동차산업 동향을 살피고 자회사 하만을 방문해 사업 점검에 나선 것은 전장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18일 귀국 당시 “(이번 유럽 출장을 통해) 헝가리에 배터리공장도 갔었고 BMW 등 고객들을 만났다. 하만카돈도 갔다”며 “급변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짧은 소회를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은 최근 들어 전장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는 물론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하만은 지난해 달성한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독일의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아포스테라(Apostera)'를 인수했다. 하만 부문의 영업이익은 5990억원으로, 전년 대비 979% 증가했다. 2017년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아포스테라의 솔루션이 하만의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디지털화된 자동차 운전 공간) 제품에 적용돼 실제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면서 하만의 전장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미주 커넥티드 서비스 법인을 청산하고 100여개에 달하던 자회사를 통합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이후 크리스천 소봇카 로버트 보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전장부문장으로 영입하고 M&A에도 관심을 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덕분에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삼성 상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도 전장사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이 주관하는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전략회의를 여는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기술 초격차’를 강조했던 만큼 전장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역량 강화에 의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삼성은 지난 2017년 하만을 인수한 이후 전장 부문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사법리스크로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그가 지목한 4대 성장사업 역시 탄력을 받지 못한 것이다. SK와 LG 등 주요 그룹들이 총수 주도하에 일사천리로 전장 사업을 강화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삼성과 하만과의 협업도 음향과 모바일 등의 제한된 분야에서만 이뤄졌다. 이 부회장이 하만 인수 당시 전장사업팀을 별도로 꾸리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사면 복권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고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한 삼성의 행보도 적극적”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전장 분야에서 대형 M&A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최근 전자, IT업계의 전장사업 역량 강화가 눈에 띌정도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삼성 역시 하만을 비롯해 전장 포트폴리오 강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