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길들이기 본격화'…이상민 행안장관 "경찰청장 후보 면접도 필요하면 봐야"
입력 2022.06.10 05:10
수정 2022.06.10 05:55
김창룡 경찰청장과 면담서 "경찰청장은 다른 차원의 검증 필요"
앞서 이례적으로 치안정감 내정자들과 면담 "잘 모르는 분들이라 직접 만나 얘기 나눠"
검수완박으로 권한 커진 경찰 제도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움직임
윤석열 정부, 이상민 통해 경찰 컨트롤 시작…경찰 강력 반발 "행안부 장관 부하 아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로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을 지휘·통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장관은 특히 “(차기 경찰청장 후보들 면접도) 필요하다면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혀 행안부가 경찰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 장관은 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김창룡 경찰청장과 면담했다. 형식적으로는 이 장관이 직접 경찰청을 방문해 예우를 갖추는 모양새지만, 최근 경찰 통제 논란과 맞물려 완급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면담에 앞서 이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취임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경찰 지휘부와 상견례도 하고 소통도 하고 덕담도 주고받으려고 왔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특히, 최근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으로 불리는 치안정감 내정자들과 이례적으로 면담한 데 대해서는 “인사 제청에 앞서 잘 모르는 분들이라 서류만 갖고 평가할 수 없어 직접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번 했다”고 밝혔다. 청사 앞 주차공간까지 마중 나와 있던 김 청장은 이 장관이 차량에서 내리자 거수경례로 인사했다.
이 장관은 김 청장과 면담하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차기 경찰청장은 치안정감들과) 자질도 대상도 좀 다르지 않으냐”며 "경찰청장은 다른 차원에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장은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경찰 길들이기' 그립 꽉 쥔 이상민…검수완박 대비
현재 행안부는 31년 만에 경찰국을 부활시키고, 감찰권을 경찰청에서 행안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제도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행안부는 특히, 현행 경찰공무원법에 명시된 '인사제청 권한' 등을 내세워 경찰에 대한 지휘·통제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이 장관은 취임 후 신설된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 회의를 3차례 가졌다. 회의에선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수완박법 시행이 9월로 다가온 만큼 경찰 권한을 지휘할 시스템을 서둘러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행안부와 경찰 안팎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인 '실세 장관'이 경찰에 대한 그립을 강하게 쥐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 장관을 통해 경찰을 컨트롤하려는 사전작업이 시작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경찰 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경찰청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시어머니격 경찰국 신설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당장 경찰은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보다는 국가경찰위원회 등 위원회 기구의 기능을 살려 민주적인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가경찰위원회는 행안부의 통제 기조에 맞서 '경찰 민주성 강화 자문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