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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한 시대를 대표한 국민 딴따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2.06.09 07:00
수정 2022.06.09 06:57

ⓒ KBS 화면캡처

‘전국노래자랑’ 송해가 별세했다. 바로 직전까지도 건강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했었기 때문에 충격이다. 올해 들어 1월과 5월, 두 번 입원했었고 3월에 코로나19 확진 됐었다. 그 후에 ‘전국노래자랑’에서 하차한다고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좋은 몸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국노래자랑’ 하차 이유가 심각한 건강상 이상이 아니라, 고령으로 인해 장시간 이동과 장시간 야외 녹화에 어려움이 있어서라고 했다. 그래서 최근엔 스튜디오 녹화 형식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했다. 송해는 평소 서울 낙원동에 있는 연예인 상록회 사무실에 출근했었는데, 별세하기 하루 전에도 출근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쇠약해지긴 했어도 중대한 문제는 없는 걸로 판단됐었는데 갑자기 비보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충격과 안타까움이 더 하다.


송해는 1927년에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 때 어머니, 여동생과 헤어져 남하했는데 그게 평생 생이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03년 평양 ‘전국노래자랑’ 당시 주변에서 고향에 가보라고 권유했지만, 혹시 가족들이 향후 북한당국에 불이익을 받을까 해서 찾지 않았다. 소원이 황해도 재령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이루지 못했다.


본명은 송복희다. 남한으로 넘어올 당시 인민군을 피해 조각배에 몸을 싣고 차가운 겨울 바다 얼음물을 손으로 저어가며 유엔군 상륙선에 구사일생 탑승했다. 그 배에서 바다를 보며 ‘인생이 망망대해 위에 떠있는 것 같다’는 느낌에 예명을 해라고 지었다.


남한에서 전쟁 중 입대해 통신병으로 근무했다. 휴전협정을 최초로 타전한 군인들 중 한 명이다. 54년 8월 제대하기 전까지 군예술단 활동도 했는데 그것이 제대 후 ‘창공악극단’이라는 악극단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때 사회자 활동이 시작됐다. 1964년에 한 살 많은 구봉서, 배삼룡 등과 당시로선 파격 대우인 월 2만원 MBC 전속계약을 맺고 방송에 진출했다. 이후 ‘웃으며 복이 와요’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특히 1974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를 통해 전국구 스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86년 아들이 대학교 2학년 때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절망한 송해는 산에서 뛰어내리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지만 나뭇가지에 몸이 걸려 살았다고 한다. 그 후 1988년 5월에 ‘전국노래자랑’ 사회를 맡게 됐다. 그의 나이 61세 때였다.


그때부터 송해는 서민의 친구 국민MC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소탈한 인간미와 자연스러운 진행 능력, 그리고 유머감각으로 대체불가 사회자가 됐다.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서민들과 어울리는 내용이어서 더욱 서민에게 친밀한 탈권위 어른 이미지로 부각됐다. 그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만난 방청객이 모두 천만 명에 달하고, 직접 대화를 나눴던 사람은 이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해 해외동포들에게 송해는 고국을 떠올리게 하는 표상이 됐다.


2003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을 당시 수상소감으로 “나는 딴따라다. 영원히 딴따라의 길을 가겠다”라고 했었다. 2015년 은관문화훈장 수상 당시엔 “대한민국 대중문화 만세!”라고 크게 외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딴따라로 한 시대를 살았다.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할 땐 국민이 기운 차리도록 하기 위해 힘을 기울였다. 제작진에게 “죽은 나무가 나와도 꽃 피는 나무라고 해라” 이렇게 당부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활기차야 이를 보는 국민이 시름을 잊고 힘을 얻기 때문이다. 방청객이 끌어안고 뒹굴어 갈비뼈에 금이 가도 힘든 줄을 몰랐다. 그렇게 열과 성을 다 했다. 대중목욕탕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언제나 서민과 함께 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픔을 가슴에 묻고 온 국민에게 웃음을 준 국민MC였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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