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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의 역습①] 탄소중립에 가려진 재생에너지의 ‘이면’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2.06.07 15:16
수정 2022.06.07 15:21

친환경 넘어 필환경 시대로 가는 지구

화석연료 못지않은 재생에너지 오염

“신재생만 정답? 모든 에너지 공존해야”

지난 2020년 전남 함평군 대동면 상옥리 매동마을에서 산사태로 태양광 발전 시설이 붕괴하며 민가를 덮친 모습. ⓒ데일리안 DB

세계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로 가고 있다. 화석연료는 종말을 고하고 신재생을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런데 차세대 에너지가 우리 산업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의도하지 않은 환경파괴는 물론 때론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면서 친환경 에너지는 인류에게 또 다른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세계 주요국 대부분이 기후위기에 대응해 탄소를 줄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다양한 재생에너지 산업이 성장 중이다. 태양광과 풍력, 수력, 지열 등 전통적인 친환경 에너지는 물론 식물 등에서 얻는 바이오에너지까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커지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점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친환경 에너지의 배신’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화석 에너지와는 또 다른 형태의 환경 피해를 낳고, 때론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자 신재생 에너지의 단점을 보완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재생에너지 가운데 비교적 오랜 발전 역사를 가진 태양광은 친환경 에너지 대표 주자다. 1839년 프랑스 물리학자 에드먼드 베크렐이 태양전지를 만든 게 최초로 알려지는데, 180년 역사 동안 발전을 거듭하면서도 떨어지는 효율과 짧은 수명 등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면적 대비 떨어지는 발전 효율은 태양광 발전 최초 설치 때 그만큼 많은 환경을 파괴하게 만든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목적으로 훼손된 산지 면적은 2817만㎡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9.72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태양광 모듈에 들어 있는 구리, 규소, 납, 비소 등 각종 금속과 플라스틱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환경오염 주범으로 손꼽혔던 것들이다. 15~20년 뒤 버려지는 태양광 모듈은 자연과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소를 품고 있다.


또 다른 녹색에너지인 풍력발전도 비슷하다. 풍력발전 핵심 부품인 터빈은 시멘트와 모래, 강철, 아연, 알루미늄, 구리 등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한다. 이들 자원을 채취하기 위해 인간은 자연을 훼손하고, 발전소를 짓기 위해 수십 년 이상 자란 나무들을 베어낸다.


강원도 평창군 선자령 일대 풍력발전 모습. ⓒ데일리안 DB

풍력발전은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손해를 끼친다. 풍력발전 터빈이 돌아갈 때 발생하는 저소음 공해가 대표적이다. 최근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풍력 발전 소음을 최초로 ‘공해’로 인정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는 ‘그린플레이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gree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로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원자재 수급 불균형 등으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다.


그린플레이션은 세계 각국이 친환경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원자재 가격이 폭발하면서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관련 핵심 자재인 리튬 가격은 지난해 4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친환경 원자재 가격 상승은 결국 소비자 몫으로 돌아오고 재생 에너지 발전 걸림돌이 된다.


이러한 친환경 에너지의 ‘반친환경적’ 행태에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녹색에너지 기술이 기후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친환경기술은 지구의 값비싼 자원들을 남획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는 산업화한 현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즉 글로벌 에너지 전환 뒤에 숨은 역설적 모순”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발전 대비 친환경적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 더욱 육성해야 할 분야라고 강조한다. 다만 신재생에너지가 가지는 장점들이 과대 포장돼 사람들이 ‘무결점 에너지’로 오해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객관적 분석을 바탕으로 발전 계획을 세우고 기술 개발로 전력 생산 효율을 높여야 환경파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친환경을 기반으로 한 발전 시스템 도입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라도 신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체계 개편은 필연적이지만 지나친 속도전은 에너지 생태계 위기를 가중할 수 있다”며 “장기적이고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마련을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효연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고 할 때는 정말로 꼼꼼히 따지고 하나씩 짚어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또한 “무한정 좋은 에너지도 없고, 지극히 나쁜 에너지도 없다는 에너지시스템 기본논리에 충실해야 한다”며 “탄소중립은 무작정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모든 에너지가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의 역습②] ‘무색무취’ 바람마저 환경파괴·소음공해 라니…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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