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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만에 법원서 방 빼는 검찰…아직도 누구 말이 맞는 지 몰라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2.06.03 05:44 수정 2022.06.03 00:22

법원청사 서관 12층에 위치한 檢공판부, 서울중앙지검 12층으로 이동 예정

법원 업무 증가로 청사 내 공간 부족해지자 갈등 시작…'檢 공판부 퇴거' 대자보 붙기도

검찰 "공소유지 등 업무효율성 차원서 거주, 약정 후 진행…33년간 불편한 동거? 사실과 달라"

법원 "檢, 초창기부터 사용했다 논리 내세우며 법원 청사 사용…법원·검찰 한 공간? 일반적이지 않아"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모습.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시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 상주해 온 검찰 공판부가 오는 7월 초 법원 청사에서 이전한다. 검찰 공판부가 법원에서 나가는 것은 지난 1989년 법원 청사 건립 이후 33년 만이다. 검찰과 법원은 이전이 결정되고 나서도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날을 세웠다. 검찰은 업무효율성을 위해 처음부터 약정 후에 상주하게 됐다는 입장이고, 법원 측은 한 공간에 검찰과 사법부가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다며 검찰의 독단적 파행으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맞섰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은 지난달 30일 법원에 공문을 보내 오는 7월 5∼6일 양일에 걸쳐 법원 청사 12층에 있던 공판부 검사실을 이전하겠다고 전했다.


검찰은 법원청사 서관 12층에 부장검사실과 검사실 3곳, 기록열람·등사실 1곳, 창고 1곳 등 약 410㎡(약 124평)를 점유하며 사용 중이다. 이 곳엔 공판검사 등 검찰 직원 20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하고 있는 부서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인데, 이들은 서울중앙지검 12층에 사무실을 마련해 이동할 방침이다.


검찰 공판부와 법원이 공생하게 된 것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 서초동 법원 청사가 신축되던 당시 법원은 검찰 소유 부지 일부를 제공 받는 대신, 재판을 담당하는 공판부에 일부 공간을 내주기로 합의했다.


이후 법원 업무 증가로 청사 내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검찰과 사법부가 한 공간에 상주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가 청사 내 대자보를 붙이며 검찰 공판부의 퇴거를 요구하는 일도 발생했다. 검찰과 법원이 한 공간에 있으면 재판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 같은 여론에 법원은 2019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검찰에 퇴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검찰은 대안 없이 갑자기 사무실을 빼면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이전 시기를 미뤄왔다.


양측은 갈등을 빚다 지난해 12월 당시 오는 8월 말까지 공판부 사무실을 이전키로 합의했다. 이후 실무 협의를 거쳐 올해 5∼6월 중 이전키로 했지만, 일정이 다소 미뤄져 7월 초로 결정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공판이 법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공소유지 등 업무 효율성 차원 때문에 검찰 공판부가 법원에 상주하게 됐다"며 "애초 검찰 공판부가 법원에 들어가게 된 것도 약정한 후에 진행된 것이라 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 내 검찰 공판부가 들어갈 사무실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기에 오는 8월까지 이전하는 것으로 법원과 합의를 했다"며 "법원과 검찰 공판부가 33년간 '불편한 동거를 했다'는 일각의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원은 별도 기관이 한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법원 관계자는 "법원과 검찰 간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법원 청사 건립 당시부터 검찰 공판부가 12층 사무실을 사용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검찰이 그런 (초창기부터 사용했다는) 논리를 내세워서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별도의 기관인 법원과 검찰이 한 공간에 같이 있다. (검찰은) 단순히 청사가 멀다는 이유로 법원 청사를 상당 부분을 사용했고, 이는 국감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이 됐다"며 "일반적인 모습으로 보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찰 공판부가 빠짐에 따라 비워질 사무실을 놓고는 어떻게 사용할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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