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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주택조합사업, 지연됐다고 계약 해제 사유 될 수 없어"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입력 2022.05.25 12:13
수정 2022.05.25 13:30

1심 “계약 주요 조항이 모두 무효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추진위 손 들어줘

2심, 계약 해제 주장 받아들여…“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지 의문”

대법, 계약 해제 인정 안 해…“사업 진행 지연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

대법원 모습.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예상과 다르게 지연돼도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볼 ‘현저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조합원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조합원 A씨가 서울의 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추진위)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패소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7월 추진위와 지역주택조합 가입 계약을 맺고, 이듬해 1월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총 1억2000여만원을 순차적으로 냈다.


추진위는 조합원 모집 당시 ‘2018년 11월 창립총회 개최, 2020년 5월 사업계획승인 신청, 2020년 12월 아파트 착공, 2023년 2월 입주 예정’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자 A씨는 계약의 무효나 취소, 해제를 주장하며 납입한 돈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추진위가 사업의 장기 지연 가능성과 토지 확보율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등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의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계약의 본질적인 부분을 규정한 다수의 주요 조항이 모두 무효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추진위의 손을 들었다.


추진위가 조합원 모집 공고를 낼 당시 인허가 진행 과정에 따라 사업 계획이 변경될 수 있음을 알린 점이나 계약서에 앞으로 사업 추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언급된 점 등이 참작됐다.


2심은 조합가입계약에 무효·취소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A씨가 추가로 제기한 계약 해제 주장은 받아들였다. 추진위가 조합설립인가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토지 확보 등에 과다한 비용을 집행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지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계약 해제도 인정할 수 없다며 2심의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진행 과정에서 변수가 많고 애초 예상과 달리 사업 진행의 지연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추진위가 2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3월 새로운 대표자를 선임하고 사업성 검토 업무 용역계약 등을 맺는 등 사업 진행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계약 성립 당시의 사정이 현저히 변해 계약 유지가 어려운 상태가 돼야 사정 변경에 의한 계약 해제를 인정할 수 있는데, 이번 사건에선 그 정도의 증명은 안 됐다고 했다.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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