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600조 역대급 투자 보따리…尹 정부에 '통 큰' 화답
입력 2022.05.25 10:18
수정 2022.05.25 10:50
4개그룹, 역대급 투자 보따리…SK, LG도 가세할 듯
親기업 尹 정부에 적극 화답…투자-고용 선순환 기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수백조원대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현대차·롯데·한화 4개 그룹이 발표한 액수를 더하면 600조원에 육박한다. SK, LG 등도 투자 계획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어서 전체 투자 규모는 이 보다 커질 전망이다.
재계가 역대급 투자 보따리를 푼 것은 새 정부의 친시장 기조에 적극 호응하는 동시에 차세대 미래 먹거리 준비를 서두르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산업 역량 확대로 질 좋은 국내 일자리도 대거 창출함으로써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삼성, 국내 360조 포함 450조 투자…미래 먹거리 분야 집중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앞으로 5년간 국내 360조원을 포함한 총 45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지난 5년 대비 120조원 증가한 것으로 국내로 한정하면 110조원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파격적인 투자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국내 경제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간 '반도체 동맹' 강화와 현 정부가 지향하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의지와도 맞물린다.
삼성이 발표한 투자 분야는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바이오, 신성장 IT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집중돼 있다.
특히 국내 투자만 360조원 규모로 과거 5년 대비 110조원(40% 이상) 증가했다. 향후 5년간 5만명을 신규 채용하고 107만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도 담겨있다.
기업의 미래는 물론, 국가 경제까지 고려한 치밀한 투자 계획을 수립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도체는 선제적 투자와 차별화된 기술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할 예정이다. 메모리 초격차를 확대하고,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역전하면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초유의 기업으로 도약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기술인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성장판'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미도 내포한다.
바이오는 공격적 투자를 통해 ‘제 2반도체 신화’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항체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DMO) 글로벌 최고 수준 도약과 바이오시밀러 확대 등이다.
삼성은 또 인공지능(AI)과 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IT분야에서도 핵심기술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의 핵심사업 및 신성장 IT 는 기업과 산업 생태계가 상호작용을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평가 받는다.
현대차그룹, 전동화·인공지능 등 국내에 63조 투자 보따리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3사가 전동화·친환경, 신기술·신사업,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오는 2025년까지 4년 동안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먼저 미래 성장의 핵심축인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는 총 1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및 친환경 전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8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완성차를 넘어 ‘인류를 위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선행연구, 차량성능 등 내연기관 차량의 상품성과 고객 서비스 향상 등에도 38조원이 투입된다. 2025년 현대차·기아 전체 판매량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내연기관 차량 고객들의 상품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내 전기차 생산과 글로벌 수출 확대, 부품사들의 전동화 전환이 촉진되면서 국내 투자와 고용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롯데, 화학·유통·호텔·식품 등에 5년간 37조 붓는다
롯데그룹도 바이오, 모빌리티 등 미래성장산업과 화학·유통·호텔·식품 등 4대 핵심 사업군에 5년간 총 3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바이오 의약품 CDMO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롯데는 해외 공장 인수에 이어 1조원 규모의 국내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 사업을 위한 시설 투자도 확대한다. 롯데렌탈은 8조원을 들여 전기차 24만대를 도입한다.
화학 사업군은 7조8000억원을 투자해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과 범용 석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 투자와 생산 증설에도 나선다. 이를 통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유통 사업군은 8조1000억원을 투자해 상권 발전 및 고용 창출에 앞장선다. 호텔 사업군은 관광 인프라 핵심 시설인 호텔과 면세점 시설에 2조3000억원을 투자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한화, 5년간 36조6천억 투자…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정조준'
한화그룹은 앞으로 5년간 미래 산업 분야인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에 총 37조6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기간 국내에서 2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도 창출한다.
국내 투자 규모만 20조원으로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의 3개 사업 분야에 집중된다.
태양광, 풍력 등의 에너지 분야에는 약 4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태양광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최신 생산시설을 구축해 한국을 고효율의 태양광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핵심 기지’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9000억원은 수소혼소 기술 상용화, 수전해 양산 설비 투자 등 탄소중립 사업 분야에 투입되며 친환경 신소재 제품 개발 등에는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2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방산·우주항공 분야는 K-9 자주포 해외 시장 개척, 레드백 장갑차 신규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통해 한화그룹은 제품뿐만 아니라 핵심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을 지원할 방침이다.
대기업이 이 같은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는 새 정부의 친시장 기조에 화답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적극 호응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투자와 고용 의지를 대대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진단이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 방한 중 기업들이 조 단위 해외 투자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국내 투자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한다. 전날 기업들은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일에 발 맞춰 일제히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국내 투자'를 강조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방점을 두면서 기업들도 화답하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규제개혁 등 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할 여건을 마련해준다면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