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수도 있어요"…'적자의 늪' LCC들, 지원금 연장 호소
입력 2022.05.17 10:37
수정 2022.05.17 10:40
예상대로 1분기에도 적자 못 벗어난 LCC들
7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 끊길까 '초조'
코로나 직전 덩치 늘리다 '직격탄'
약진하던 LCC들, 이제는 존폐 위기
"정말 망할 수도 있어요!"
코로나로 인해 막혔던 하늘길이 뚫렸다는데,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난 2020년부터 받아온 고용유지지원금이 오는 6월 말로 중단되지만, LCC들은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위에항공, 에어부산 등 국내 주요 LCC 4사는 올해 1분기에 일제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 영업실적이 좋았던 항공사일수록 적자폭도 컸다. 제주항공의 경우 매출액은 812억원으로 전년 동기(418억원) 대비 96%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789억원으로 전년 동기(873억원 손실)보다 소폭 줄어든 수준에 그쳤다.
이어 진에어가 매출 675억원에 4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의 영업손실이 각각 338억원과 363억원을 나타냈다. 이들의 매출은 각각 597억원과 508억원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4사 모두 매출은 늘었지만, 손실폭을 줄이지는 못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국내선 공급이 늘어났지만 수익성이 좋은 국제선 공급 증가량이 미미했고, 환율과 유가 등의 대외 변수 요인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들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 풍부한 여객 수요에 힘입어 항공기 도입 대수를 늘리며 몸집을 불렸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고, 예상보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코로나 이전 약진하던 LCC들이 이제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LCC들 중 가장 덩치카 큰 제주항공은 연 7~12%대의 고금리 로 자금 조달에 나선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2일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영구채) 630억원을 발행했다. 금리는 발행 후 1년 동안 연 7.4%로, 1년 뒤부터 연 12.4%로 뛴다. 2019~2021년 누적 영업손실은 6858억원에 달하는 등 재무구조가 날로 악화하면서 고금리 자금까지 빌리게 된 것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월 보통주 5000만주를 새로 발행해 1210억원을 조달했고, 3월에는 신용카드 장래 매출채권을 유동화해 사모사채 150억원을 추가로 발행했다.
항공사들은 순환근무 방식에 따라 통상 고용유지지원금으로 휴직 승무원 임금의 60~70% 가량을 지급해왔다. 현행 고용보험법 시행령은 고용유지지원금을 3년 연속으로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올해 초 정부는 예외를 인정해 이들에 대한 지원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대한항공이 지난 3월을 기점으로 가장 먼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종료됐다. 항공 화물 호조로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한 대한항공은 비교적 수월하게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다.
6월 말에는 아시아나항공과 LCC들 역시 특별 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 만료로 지원금이 끊길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LCC들은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 연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화물 사업 매출로 위기에 대응한 대형항공사들과 달리 LCC들은 자력으로 버틸 힘이 없다는 것이다.
LCC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3년여 만에 서서히 여객 수요가 회복하는 상황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줄일 수도 없는 반면, 그렇다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늘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LCC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 매출이 100이라면 코로나 이후에 1까지 떨어졌던 상황이다. '1'이 '2'가 됐다고 해서 '회복'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말 맞느냐"며 "고용유지지원금 중단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지원금이 끊기면 무급 휴직을 피할 수 없는 것을 물론, 정말 망할 수도 있다"며 "국제선 여객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안에 흑자 전환을 하기도 벅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