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결말’ 신흥 명문 걷어찬 NC [김윤일의 역주행]
입력 2022.05.14 07:00
수정 2022.05.14 00:29
2020년 통합 우승 이뤘지만 이듬해 선수단 관리 실패
단장과 감독 등 우승 이끌었던 수뇌부 모두 구단 떠나
지난 2020시즌 KBO리그 챔피언 NC 다이노스가 몰락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년 남짓이었다.
최하위에서 허덕이고 있는 NC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동욱 감독 해임을 결정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5월, 3년 재계약을 맺었고 새로운 계약이 올 시즌 첫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NC의 현재 팀 분위기가 얼마나 좋지 않은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NC는 지난 2011년 9번째 구단으로 창단했고 2013년부터 1군 무대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과시했다.
창단 초기에는 선수 수급의 어려움을 겪었으나 구단 측의 적극적인 투자로 꾸준히 알찬 보강을 이뤘고 2014년 첫 포스트시즌 진출, 2016년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이어 2020년 대망의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역대급 성장세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치른 지난 시즌, 박석민을 비롯한 주전 선수 4명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원정 술자리 파문을 일으켰고, KBO리그는 사상 첫 리그 중단이라는 악재와 마주하고 말았다.
술로 큰 홍역을 치러 모두가 몸을 사려야 했음에도 올 시즌에는 코치 2명이 음주 폭행 사건에 휘말리며 다시 한 번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NC 구단의 도덕적 해이는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승부 조작 선수를 특별 지명으로 타 팀에 보내는가 하면 음주운전에 적발된 선수의 트레이드를 진행했고 심지어 운영팀 직원이 사설 스포츠 도박에 베팅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NC 구단이 ‘사고뭉치’로 불리는 이유들이다.
종목은 다르지만 비슷한 예 하나가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에 소속된 첼시는 2000년대 중반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팀을 인수한 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었고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며 ‘신흥 강호’ 반열에 올라섰다.
그리고 첼시는 2012년 구단주가 그토록 염원하던 유럽 챔피언(UEFA 챔피언스리그)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로만 구단주와 첼시 구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성적에 걸맞은 위상과 명예를 드높이는 일이었다.
실제로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직후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 유소년 클럽을 만들어 저변 확대에 나섰고 비시즌이 되면 월드 투어를 적극적으로 여는 대표적인 구단이다.
하나의 리그에서 명문 또는 명가가 되려면, 걸출한 성적은 물론 그에 걸맞은 행보를 이어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비춰봤을 때 NC 다이노스는 성적에만 몰두한 것 아닌가란 자문을 해야 할 때다.
어렵게 들어 올린 트로피의 영광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우승을 일궜던 프런트와 감독 등 코치들은 팀의 명예를 보살피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단을 떠났다. 명문 구단으로서의 조건을 채우고도 스스로 업적을 걷어 찬 쓸쓸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