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맹세한 일본 모리야스 감독, 일각에서는 경질론
입력 2022.05.04 09:29
수정 2022.05.04 09:31
히로시마 구단 창단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월드컵 8강' 언급
현실적으로 달성 어려운 목표 제시에 일본 일각에서 우려
6월 평가전에서 여전히 지적받는 단조로운 전술 등 개선해야
일본 축구대표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또 '월드컵 8강'을 말했다.
3일 모리야스 감독은 사령탑을 지냈던 히로시마 구단 30주년 행사에 참석, 과거를 떠올리며 미래를 말했다.
지난 2012년 히로시마 사령탑에 앉은 모리야스 감독은 데뷔 시즌 포함 세 차례 팀을 J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2015년에는 클럽월드컵 3위에 올랐지만, 2017시즌에는 부진의 늪에서 허덕였다.
당시 J리그 18개팀 가운데 17위에 머물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구단 사장 등 관계자들이 만류했지만 모리야스 감독은 “프로 세계에서는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결과를 이루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며 물러났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왔던 모리야스 감독은 이날 행사에서 다시 한 번 ‘2022 카타르월드컵’ 8강 진출을 약속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제 월드컵이 시작된다. 일본 축구 역사에서 이루지 못했던 8강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히로시마 서포터들 앞에서 다짐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박수를 보냈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의 8강 진출이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지난달 2일 조추첨 결과 스페인(피파랭킹 7위), 독일(피파랭킹 13위), 코스타리카-뉴질랜드의 대륙 간 플레이오프(PO) 승자와 E조에 포함됐다. 직후 포털사이트 야후 실시간 검색어로 ‘죽음의 조’가 급상승했다. 일본 언론들도 “죽음의 조에 빠졌다”며 좌절했다. 미국 ESPN 역시 E조를 카타르월드컵 ‘죽음의 조’로 지목하면서 “일본의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스페인은 2010 남아공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최정상급 팀이고, 독일은 서독 시절 포함 월드컵 우승을 4차례나 달성한 전통의 강호다. 일본은 스페인·독일과의 역대전적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일정도 최악이다. 독일과 가장 먼저 격돌한 뒤 스페인을 만난다. 승점1도 건지기 어려운 상대들이다.
천신만고 끝에 조 2위로 16강에 오른다고 해도 브라질과 FIFA랭킹 1~2위를 다투는 벨기에를 상대한다. 일본은 비교적 수월한 조(콜롬비아-세네갈-폴란드)에 편성됐던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벨기에에 2-3으로 져 16강에서 탈락했다.
조추첨 직후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상대가 어느 팀이든 우리 목표(월드컵 8강)는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던 모리야스 감독은 이날 히로시마 구단 행사 이전에도 ‘월드컵 8강’을 몇 차례 뱉었다. 지난달에는 스페인 캄프 누에서 펼쳐진 유로파리그 8강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스페인)가 프랑크푸르트(독일)에 패한 것을 놓고 “(스페인전)해법을 찾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내면서 8강 목표를 말한 바 있다.
모리야스의 넘치는 의욕과 결기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한다. 월드컵 최종예선 중반까지 경질론에 시달렸던 모리야스 감독은 월드컵 티켓을 획득한 뒤에도 일본 축구전문가들과 팬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듣지 못했다. 베테랑에 의존한 고정적인 선발 라인업과 유동적이지 못하면서 수비에 치중한 단조로운 전술로 비판을 들었다.
모리야스 감독이 월드컵 8강을 말할 때, 일각에서는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허언을 더 하는 것"이라며 감독 교체를 주문한다. 은퇴한 일본 축구의 일부 원로들은 “최종예선은 넘어갔지만 월드컵에서 모리야스 체제로는 희망이 없다”고 직설했다.
모리야스 감독 말대로 결국은 결과다. 벤투 감독도 최종예선 초반, ‘답답한 빌드업’이라는 비판 아래 조기 경질 압박에 직면했지만, 이후 결과로 보여주면서 신뢰를 회복하며 입지가 탄탄해졌다.
이렇다 할 변화 없이 지속적으로 8강 미션을 말하기보다 의심 가득한 일본 축구팬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월드컵 전에 모리야스 감독은 시험대에 오른다. 당장 6월에는 피파랭킹 1위 브라질을 비롯해 파라과이, 가나 등과 월드컵을 앞두고 평가전을 치른다. 8강을 말하는 모리야스 감독이 11월 카타르월드컵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