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류 넘보는 신세계L&B, 와인·발포주 찍고 이번엔 ‘과일소주’
입력 2022.05.03 15:38
수정 2022.05.03 15:50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속도
해외 가정·유흥시장까지 접수
한류 열풍·저도주 문화 등 영향
국내 1위 와인 수입사 ‘신세계L&B’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종합주류기업으로의 비약을 꿈꾸고 있다. 발포주에 더해 과일소주까지 라인업을 대폭 확장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는 해외 가정·유흥시장까지 접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세계L&B는 3일 동남아에 수출할 과일소주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동남아 주류 유통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현지 소비자 조사를 거쳐 탄생될 예정이다. 과일향의 달콤한 맛이 특징이며 알코올 도수는 12%로 저도주다.
과일소주 제조는 기존 제주소주가 갖고 있던 생산 시설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사업소의 경우 소주 제조면허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데다, 기존 설비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크다는 점에서 과일소주 제조로 눈을 놀렸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신세계L&B는 지난 2016년 제주 올레소주를 190억원에 인수해 ‘푸른밤 소주’로 국내 소주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참이슬, 처음처럼 등 기존 제품 장벽을 넘지 못하고 5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신세계는 대신 이 공장을 활용해 과일 소주를 생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신세계L&B는 종합주류기업으로의 순리를 밟고 있다. 신세계L&B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겠다”며 2008년 12월 세운 이마트 자회사다. 이마트와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계열사를 통해 와인을 공급하며 외형을 키워왔다.
현재는 와인 수입사를 넘어 종합 주류 기업으로 사업을 확대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버번 위스키 에반 윌리엄스를 국내에 들여와 한 달 만에 1만1200병을 판매했했고, 지난달에는 발포주 레츠를 선보이며 국내 맥주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위스키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K-위스키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포석을 다졌다. 지난 3월 특허청에 위스키 14종의 상표를 출원했다. 양조·증류 등 위스키 제조 공정을 구축하고 신규 위스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섰다.
이번에 신세계가 낙점한 과일소주는 글로벌 주류 시장에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소주 수출 초기에는 한인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의 유행으로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지인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주류 시장의 패러다임이 ‘홈술’ 위주로 전환된 데다, 달콤한 저도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장에 발을 들일수 있는 적기라고 신세계는 바라봤다. 1년이 넘도록 놀고 있는 제주 공장을 다시 돌릴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기도 했다.
과일소주 수출액은 매년 늘고 있다. 2015년 하이트진로 자몽에이슬, 롯데칠성음료 순하리 등 과일소주가 본격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2017년부터 매년 큰 폭으로 수출액이 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연간 두 배 가까이 성장하며 K-푸드의 대표 상품 반열에 올랐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관세청 통관자료에 따르면 과일소주의 해외 수출액은 2017년 195억에서 2021년 993억으로 5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동남아 국가의 한국 과일소주 수입액 증가율은 그 외 국가보다 월등히 높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업계서는 과일소주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소주시장 1위 하이트진로는 2018년부터 현지인 음용 비율 산정 방법과 기준을 수립해 수출에 나서고 있다. 거래처의 국적, 브랜드, 유통채널 등에 따라 공략법을 다르게 한다.
업계는 이번 신세계의 과일 소주 시장 진출로 해외 과일소주 시장 성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 제품 스펙이 미정인 데다, 국내 출시 계획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인기가 높아질 경우 국내에서도 출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음주 트랜드 변화,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국내 주류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수출로 인한 역량 강화를 통해 국내 주류시장에 이바지 할 것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 지역은 타 지역과 비교해봤을 때 제조산업의 부족으로 인해 수입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고 한류 열풍 등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도 높은 상황”며 “관건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와 상대적으로 낙후된 그들의 유통망을 어찌 극복할 것이냐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