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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L&B, 종합주류기업 거듭날까…주류업계 “만만치 않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2.04.07 06:22
수정 2022.04.13 08:39

포트폴리오 전면 확대…가정·유흥시장까지 접수

“영업력 등 시장 공략 대응책 부족 등 우려”

신세계L&B의 발포주 ‘레츠’ 광고 모델 배우 박정민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세계L&B

국내 1위 와인 수입사 ‘신세계L&B’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종합주류기업으로의 비약을 꿈꾸고 있다. 발포주에 더해 위스키까지 라인업을 대폭 확장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와인을 넘어 가정·유흥시장 까지 접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들의 추진력과는 달리 보수적인 주류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낼 지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주류업계는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를 견제할 주류 대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전략에 더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신세계L&B는 위스키 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을 다졌다. 지난달 30일 특허청에 위스키 6종의 상표를 출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장 성장에 본격 힘을 받으면서, 급격히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신세계L&B는 ‘레츠 프레시 투데이’(레츠) 출시를 시작으로 발포주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이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가볍게 음주를 즐기는 문화가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맥주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이 높아진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신규 발포주 레츠 이미지ⓒ신세계L&B
◇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아직도 한계점 수두룩


신세계L&B의 야심찬 움직임에도 주류업계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긴장은커녕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발포주 레츠를 전면에 앞세워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지만, 업계서는 성공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는 눈치다.


올해 레츠의 판매 목표는 100억원이다. 지난해 국내 발포주 시장 규모가 36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3%를 차지하겠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 판매량으론 레츠 출시를 위해 투입한 광고·마케팅 비용도 회수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후발주자 대비 높은 가격과 생산지도 발목을 잡는다. ‘가성비’를 내세운 것과 달리 레츠 가격은 국산 발포주 대비 200원가량 높게 책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물류비가 크게 치솟았음에도 해외 생산을 고집하면서, 스페인에서 들여오는 물류비 등이 반영된 여파다.


신세계 L&B는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며 자신만만한 모양새지만, 수 천개가 넘는 도매사를 어떻게 공략해 나갈지가 역시나 최대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이 문턱을 넘지 못하면 소비자로부터 잊혀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소주, 맥주와 같은 유흥 시장은 생각보다 보수적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신제품에 대한 저항력이 크다. 쉽게 말해 ‘먹던 술’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MS(시장점유율) 1% 올리려면 100억원이 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시장 공략은 어렵고도 치열하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한정된 매대에 술을 넣고 빼는 싸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지난해 5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제품을 경쟁하는 과정에서 비방전으로 번지기도 했는데, 이 사례는 주류 시장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이트진로의 ‘테라’만 하더라도 벌써 출시한지 4년이 지났지만 지방 마니아층 형성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피츠 또한 수입 맥주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신세계L&B 역시 과거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이미 서머블리스, 시트라델릭, 부두레인저 등을 통해 맥주시장을 공략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신세계L&B 실적을 보면 매출, 영업이익은 수년째 상승했지만 이는 주력 상품인 와인 덕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신세계는 제주소주, 푸른밤 등을 론칭했지만 시장점유율 0.2%란 저조한 성적으로 출시 5년 만에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 적자는 2016년 19억원에서 2019년 141억원까지 커졌다. 적자 속에 6번의 유상증자로 670억원을 주류에 투자한 바 있다.


업계서는 레츠 육성을 위해서는 빅모델을 이용한 스타 마케팅과 광고를 통한 인지도 제고는 물론 국내 생산 거점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주류 제조 면허도 획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스페인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는 상황은 물류비용 증가 및 이에 따른 이익의 감소 문제, 시장 수요에 대한 탄력적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 등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 시장은 1위가 바뀌는데 무려 10년이 걸릴 만큼 보수적”이라며 “유흥 시장은 영업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신세계의 경우 도매사와의 접점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발포주 같은 경우에는 유흥 시장 개척이 전무한 상황인데, 그것도 캔을 통해 공략을 할 경우, 마진을 얼마나 가져갈지도 문제가 된다”면서 “발포주 유흥 시장이 전무하기 때문에 도매사를 설득할 수 있는 데이터 등 확신이 부재하다는 점에서도 애를 먹을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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