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500억 횡령' 아무도 몰랐다…후폭풍 상당할 듯
입력 2022.04.28 14:35
수정 2022.04.29 08:41
6년간 회삿돈 빼돌린 간 큰 직원
과거 경영진까지 징계 여부 촉각
우리은행에서 500억원대에 달하는 횡령 사건이 불거졌다. 자금 관리에 누구보다 철저해야 할 대형 시중은행에서 개인이 회삿돈을 빼돌린 사고인 만큼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금융당국이 곧바로 우리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내부통제에 허점이 노출됐다는 점에서 과거 행장 등 경영진까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내부 감사에서 기업 매각 관련 부서의 차장급 직원 A씨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에 걸쳐 5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정황과 이후 관리 상황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자체 조사와 더불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해당 직원이 빼돌린 돈은 우리은행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매각한 자금의 일부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측은 전날 횡령 사실을 인지한 뒤 경찰에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자수했다. 경찰은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금감원도 사고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고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에 돌입했다. 최근 개편된 금감원 검사 체계에 따르면 금융사고와 소비자 보호, 리스크 등 사안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시 검사가 진행된다.
금융권에서는 4대 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한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는 A씨가 기업 매각 계약금을 취급하는 통장과 도장을 모두 맡고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통상 금융권에서는 회삿돈을 관리할 때 통장과 도장을 다른 사람이 보관한다.
이번 횡령 사건을 계기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개인 직원이 그것도 6년에 걸쳐 자금을 빼돌리는 데도 은행 측이 이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검사에 나선 금감원도 횡령 금액이 적지 않고,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발생한 사건이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횡령이 벌어지는 동안 우리은행의 최고경영자였던 과거 행장들을 비롯해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횡령 기간 동안 역대 우리은행장은 이순우(2011~2014년)·이광구(2014~2017년)·손태승(2017~2020년) 행장 등 3명이다.
참고가 될 만한 최근 은행권의 대형 횡령으로는 2005년 조흥은행 면목남지점에선 자금 결제 담당 직원이 공금 400억원을 빼돌린 사건과 2013년 KB국민은행 직원이 국민주택채권을 시장에 내다파는 수법으로 90억원 가량을 챙긴 사례 등이 있다.
당시에도 은행은 물론 경영진과 관련자들까지 금융당국의 제재를 피하지 못했다. 우선 조흥은행과 국민은행 모두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 처분을 받았다. 또 행장과 상근 감사위원, 그리고 횡령에 가담한 전·현직직원 수십여명에게도 면직 통보 등 무더기 징계가 내려졌다.
다만, 최고경영자인 행장이 중징계를 피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흥은행 금융사고와 관련해 당기 최동수 행장에게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주의적 경고가 내려졌다. 은행의 조직 규모가 커 말단의 잘못을 행장에게까지 지우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형 횡령이 잇따라 불거지며 논란이 커진 상황을 감안하면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평이다.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재무팀장이 회사자금 2215억원을 횡령해 일부 금액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덜미가 잡힌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후 강동구청과 계양전기 등에서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우리은행을 둘러싼 파장도 상당할 전망이다.
아울러 금융당국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우리은행 종합검사를 벌이고도, 이 같은 횡령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태가 드러나고 나서야 뒷북 검사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의 대형 금융사고가 이례적이라 당장 예측이 쉽지는 않지만, 금융사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당국의 기조와 횡령을 바라보는 최근의 여론 등을 감안하면 과거보다 강한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