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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도 옛말? 산은 떠나는 2030직원들...부산 엑소더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2.04.29 06:00
수정 2022.04.29 07:46

올해 2030 11명 퇴사…학업·이직

부산 이전 정책 확정에 줄퇴사 우려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전경 ⓒKDB산업은행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KDB산업은행의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새 정부 정책으로 확정한 가운데, 부산행을 피하려 산은을 떠나는 젊은 직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권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산은 퇴사자는 46명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당선된 이후부터 산은 부산 이전을 주요 공약으로 강조해왔다.


퇴사자 연령대로 보면 ▲20대 9명 ▲30대 2명 ▲40대 4명 ▲50대 15명 ▲60대 16명(정년퇴직)이 같은 기간 직장을 떠났다.


직급별로 보면 ▲1급 직원 1명 ▲3급 3명 ▲4급 1명 ▲5급 8명 ▲일반직B 3명이다. 나머지 30명은 임금피크제로 승진이 멈춘 50~60대 직원들이다. 특히 20~30대 직원 11명 중에서는 5급 직원 8명, 비서나 텔러 등 일반직B 직원 3명이 떠났다.


이들 상당수가 산은을 떠나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겼다. 20~30대 직원들은 학업, 이직 등을 주요 퇴사 이유로 꼽았다. 40대의 주요 퇴사 사유는 이직, 50대는 이직, 가사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직원 중 한 명은 지난달 말 경력직으로 은행연합회에 합격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부터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던 산은은 다른 공기업보다 보수가 후하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어 금융권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금융 공공기관, 공기업 중에서도 취업 문이 좁고 채용 과정도 까다롭다고 소문이 나있다. 그만큼 본점 부산 이전까지 평생직장으로 여겨져 중도 퇴사자가 많지 않았다는 평이다. 정년 퇴직자를 제외하면 퇴사자 상당수가 '부산행'을 피하려는 직원들인 셈이다.


부산 이전이 점점 확실해지면서 앞으로 산은을 떠나는 직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7일 새 정부가 이행할 지역 균형발전 정책으로 산은 부산 이전을 확정해서다.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지역 정책 과제로 산업은행 이전,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 등을 발표했다.


산업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는 지난해 기준 3679명이다. 국내 근무자만 3197명 중 여의도 본점 등 서울에서만 전체 인력 절반이 넘는 180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게 되면 일부 인력을 제외한 본점 인력 약 700~800명가량이 함께 근무지를 이동해야 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 다수가 결혼 준비 중이거나 육아를 고민하는 맞벌이 부부라서 본인만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부산 이전 문제를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며 "이전이 확정되면 이직하는 직원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이전이 확정되면 신규 채용 시 인재 영입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지방에 본점을 둔 공공기관일수록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실력 있는 인재들이 지방 취업을 꺼릴 수 있어서다. 산은의 전문성,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MZ 세대에서는 '남방 한계선'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판교 밑에 위치한 회사는 되도록 가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지방 공기업들도 연구·개발 인력 채용이 어려워 수도권에 관련 센터만 짓는 것을 보면 산은이 서울에서 있을 때랑 부산에 있을 때랑 취업시장에서 인기가 당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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