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티오원→케플러' 엠넷, 연이은 캐스팅 논란…진정성에 독 될라
입력 2022.04.25 07:33
수정 2022.04.26 11:13
‘로드 투 킹덤’에서 그룹 TOO(현 TO1)를 캐스팅하며 논란을 유발했던 엠넷이 ‘퀸덤2’에서는 데뷔 4개월 차 신인 케플러를 출연시키며 또 한 번 캐스팅 논란을 빚었다. 자사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그룹들을 띄우기 위한 ‘끼워팔기’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결국 그룹들의 치열한 대결이 주는 진정성도 약화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엠넷 ‘퀸덤2’는 출연 그룹들이 동시에 싱글을 발매하고 컴백 경쟁에 돌입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우승팀에게는 단독 컴백쇼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지난 시즌1에서는 (여자)아이들, 마마무, 러블리즈 등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또 재도약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긴장감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었다. 매회 성장하면서 뜨겁게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걸그룹들의 모습에 뜨거운 호응이 이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퀸덤2’는 시작부터 캐스팅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서, 프로그램 의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999’)을 통해 탄생한 그룹 케플러가 출연하면서, 자사 프로그램 출신 아이돌을 띄우기 위한 ‘끼워팔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된 것이다.
앞서도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투 비 월드 클래스’를 통해 탄생한 그룹 TOO가 ‘로드 투 킹덤’에 출연하며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케플러는 데뷔 4개월 차, TOO는 출연 당시 데뷔 1개월 차로, 국내 최고의 그룹을 가리는 치열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갓 데뷔한 신인 그룹이 단번에 출연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반응을 얻었다.
이들 또한 실력으로 최고의 그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이는 신인 그룹에게는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케플러는 신인 다운 패기는 보여주고 있으나, 다소 아쉬움이 담긴 무대들로 호불호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현역 아이돌이 다시 서바이벌에 출연한다는 새로운 콘셉트가 흐려진다는 점에서 더욱 부적절한 캐스팅이 되고 있다. ‘킹덤’, ‘퀸덤’ 시리즈에 출연하는 아이돌들은 모두 이미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아이돌들이다. 이에 순위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큰 것은 물론,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한 간절함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 ‘퀸덤2’에서도 이제는 ‘역주행’ 그룹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브레이브걸스부터 여자친구 해체 후 함께 모인 신비, 엄지, 은하의 비비지까지. 대다수의 출연자들은 ‘퀸덤2’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확실했고, 이에 자연스럽게 그 간절함이 묻어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데뷔 4개월 차 케플러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많지 않았고, 프로그램에 이질적인 느낌을 주기까지 했다.
지난 7일 방송에서는 관련 논란을 의식한 듯 케플러가 직접 캐스팅에 대해 언급을 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케플러의 출연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 케플러는 ‘띄워주기 의혹이 생길 수도 있다’는 온라인 반응을 직접 확인하며 씁쓸한 모습을 보였다. 마시로는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는 예상을 했다”, 유진은 “이건 아무리 (아니라고) 말을 해도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제작진은 “케플러가 자사라서 한 게 아니다. 케플러의 데뷔 무대와 활동이 좋았다. 여러분들이 실력으로 제작진을 설득한 사람들”이라고 말했고 케플러 멤버들은 눈물을 흘리며 속상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물론 케플러의 부담감과 속앓이는 안타까운 일이었으나, 이 또한 출연자들의 치열한 대결과 이들의 진심을 담아야 할 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누군가의 해명을 봐야 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유발한 것이다.
최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진정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나친 갈등이나 악마의 편집을 통한 자극적 전개보다는 출연자들의 진심 어린 마음에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같은 의외의 흥행작이 탄생하기도 했다. ‘퀸덤2’ 역시도 현역 걸그룹들의 진심이 모여 만들어지는 감동이 없지는 않으나, 프로그램 색깔에 맞지 않는 엠넷의 무리한 캐스팅이 이 진심을 무색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