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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아동학대와 유사"…동물자유연대에게 듣는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입력 2022.04.24 06:41
수정 2022.04.23 14:41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 채일택 정책팀장 "반려 인구 늘어나면서 동물학대 증가"

"동물에게는 진술 능력 없어 처벌 쉽지 않아…아직도 동물, 물건으로 보는 인식 만연"

"법관 따라 다른 판결이 가장 문제…최대 형량 늘었지만 이전 판례 따라 낮은 형량 선고"

"동물보호법상 신고 의무자만 있고 처벌 조항 없어…동물학대 처벌 명확한 법령·시스템 절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정책팀장.ⓒ데일리안

최근 제주시의 한 공터에서 갈색 푸들 한 마리가 산 채로 땅에 묻혀 있다가 지나가던 시민에 의해 구조돼 큰 충격을 안겼다. 동물 학대의 유형은 이처럼 갈수록 잔혹하게 변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양형 기준 등이 없어 솜방망이 처벌만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동물학대 처벌에 대한 명확한 법령과 시스템 구축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동물 보호의 최전선에 있는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 정책팀 채일택 팀장에게 동물학대 예방과 처벌 등에 관해 물어봤다.


동물자유연대의 정책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동물보호법, 동물 복지, 전시 동물의 경우 동물원법, 농장 동물 등 동물과 관련된 새로운 정책이나 법안을 조사 분석하고 연구해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동물 학대의 정도가 심해지고 횟수도 증가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


첫 번째 원인은 반려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사람과 접점이 늘어나다 보니 반려 인구당 학대 발생률이 0.1%라고 치면, 반려 인구가 100명일 때와 1000명일 때 10배나 학대 발생 건수가 차이 날 수 있다.


두 번째 원인은 동물 학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동물 학대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으나 최근에는 동물 학대에 대해 인식이 높아지면서 신고가 늘어났고 학대 건수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동물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가해자와의 분리는 잘 이뤄지고 있나.


처벌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고, 처벌된다면 처벌이 적절했느냐에 대한 문제다. 우선 처벌이 되느냐로 봤을 때, 동물 학대 자체가 처벌이 어려운 범죄 중 하나다. 처벌하기 위해서 피해 당사자의 진술 등의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동물에게 진술 능력이 없어 입증이 어렵다.


또 동물을 물건이라고 보는 인식이 만연해 동물의 보호나 격리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다. 동물들이 가해자와 분리되지 못하고 가해자 옆에 계속 남아있을 때 증거 확보가 어렵다. 분리가 되지 않은 동물들을 나중에 찾아가 보면 학대당한 상처는 자연치유가 돼 있고, 동물이 없는 경우도 많다. 집을 나갔다거나 죽었다고 하는 일이 즐비하다.


동물 학대는 아동학대와 유사한 점이 많은데 대응 체계가 전무하다. 피해자의 진술 능력 부족과 사후 보호 문제 등이 따라오는 점이 특히 비슷하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보호 조치와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할지가 정해져 있지만 동물 학대는 그런 부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동물 학대 처벌 대응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동물 학대도 경찰이 가장 먼저 사건을 수사하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 과정에 동물 학대 대응 매뉴얼이 있다. 이 매뉴얼이 2016년에 만들어져 배포됐지만, 사실 굉장히 부실하다. 이후 문제 제기를 통해 지난해 해설서가 다시 만들어졌는데, 경찰이 이 매뉴얼을 활용해 적극 대응했으면 좋겠다.


동물 학대에 대한 명확한 양형기준이 없다는데...


법관에 따라 다른 판결을 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학대에 대한 선고가 이뤄지는 과정을 보면 기준이 되는 형량이 있고, 경감 요인들을 반영해서 선고한다. 그런데 기준이 없다면 보통 판례를 따라간다.


비슷한 사건에서 어떤 형량을 선고했는지 따라가는 것이다. 동물보호법의 최대 형량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017년 개정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됐고, 2020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또 상향됐다.


그러나 판례에 따라 형량을 선고하게 되면 최근 3~4년 사이 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개정 이전의 형량을 선고하게 되는 것이다. 법이 강화됐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동물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합의가 정해진 것인데 실제 법과의 사이에서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2021년도 '동물학대 양형기준 마련'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이 많은 동의를 얻었다.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나.


양형기준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만드는데, 동물학대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안건 정도까지는 올라갔다. 하지만 채택이 되지는 않아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양형위원회가 그런 판단을 내린 이유는 확인이 어려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동물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급선무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물건이나 소유물이 아닌 생명체로서 생명의 존엄에 대해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물 학대에 대한 명확한 법령과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아동학대의 경우 아동복지법상 신고 의무자들이 지정돼있고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 조항까지 있는데 동물보호법상에는 신고 의무자만 있을 뿐 처벌 조항은 없다.


아동복지법에는 학대 신고처가 지방자치단체와 수사기관이라고 돼 있지만 동물보호법에는 수사기관이 빠져있다. 신고 의무자에도 아동복지법에는 아동 보호 담당 공무원이 포함돼 있는데, 동물보호법에는 동물보호 감시원이 빠져있다. 미세한 차이지만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선 신속한 신고가 필요한데 그 과정이 미비한 것이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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