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봉쇄 심상치않다"…에너지 기관 석유 수요 전망 줄하향
입력 2022.04.16 06:00
수정 2022.04.15 16:27
OPEC·EIA·IEA 등 올해 석유 수요 일제히 하향 조정
정유업계, 中 수요 감소 우려에 OSP 인상으로 '긴장감'
오미크론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요 에너지 기관들이 올해 석유 수요를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특히 중국발 봉쇄 여파로 석유 수요가 종전 기대치 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제마진 초강세로 최대 이익 시현을 기대하고 있는 정유사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4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억50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월 전망치인 1억91만 배럴에서 40만 배럴 하향했다.
OPEC은 오미크론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에도 석유 수요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규모와 기간이 길어지자 기존 입장을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OPEC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1분기와 2분기 석유 수요가 1434만 배럴, 1510만 배럴로 이전 전망치 보다 20만 배럴, 40만 배럴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OPEC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세계 GDP 감소를 고려해 석유 수요를 하향 조정했다"면서 "올해 2분기~4분기 석유 수요 증가율 하향 조정은 현재의 경제 예측과 잠재적으로 세계 석유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상해 등 일부 도시에 봉쇄령을 내렸다.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있어 경제적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런 패터슨 ING 원자재 전략 대표는 "확진자 증가와 봉쇄 조치 강화는 중국 원유 수요에 추가적인 하강 위험을 가한다"면서 "내수 약세로 정제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출 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이달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를 하루 평균 9980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전망치(1억61만 배럴)와 비교해 0.8% 내린 수치다.
아울러 내년 석유 수요도 이전 전망치 보다 71만 배럴 내린 1억173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중국 코로나19 봉쇄 등의 여파로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낮췄다. 최근 보고서에서 IEA는 올해 석유 소비가 하루 평균 9940만 배럴로 이전 전망치에서 26만 배럴 낮췄다.
IEA는 "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원유 시장이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망에는 불확실성이 많다"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전망 기관들이 오미크론과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위기를 고려해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정제마진은 4월 둘째주 현재 배럴당 17달러로 치솟으면서 이익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얼마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석유 제품 마진 증가에 힘 입어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모두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 상승으로 분기에만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BNK증권은 SK이노베이션이 정제마진 효과로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1조5700억원을 나타낼 것으로 진단했다. 석유화학 부문과 배터리 부문 부진에도 정유 사업에서 성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중국 상해 봉쇄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위축과 사우디아라비아의 5월 OSP(원유 공식판매가격) 인상 등은 정유사 수익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달 초 5월 OSP를 배럴당 4~5달러 인상했다. OSP는 사우디 아람코에서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에 추가로 붙는 마진(프리미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번 인상으로 다른 중동 국가들도 잇달아 마진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OSP가 올라갈수록 정유사들은 비싼 값에 원유를 사와야 한다.
정유사들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2월 국내에 들여온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수입량은 5620만 배럴로 전체의 32.2%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