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한국 도움 필요" 호소에도 국회의원 좌석 '텅 텅'
입력 2022.04.12 09:53
수정 2022.04.12 10:24
젤렌스키 "러, 막대한 자원 동원 10년 동안 준비"
우크라이나 다음 다른 국가들 공격 경고
마리우폴 상황 전하며 韓 무기 지원 호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말고 다른 국가들에도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게 도움을 재차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사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화상연설 시청 장소의 5분의 1가량도 못 채우는 저조한 참석률을 보여 빈축을 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국회 대강당에서 진행된 국회 화상 연설에서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의 행태와 전쟁의 참혹한 광경을 영상과 함께 낱낱이 고발했다. 한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연설이 진행된 24번째 국가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23국에서 화상연설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연설에서 국회의원들의 참석률은 눈에 띌 만큼 저조했다. 300석 가까이 되는 대강당에 착석한 인원은 약 50-60명 정도였다. 연설 때마다 좌석이 꽉 차 있던 이전 국가들과 다르게 카메라에 주요로 비치는 중앙 좌석을 제외한 양쪽 측면은 텅텅 비어 있었다. 한국에서 연설을 진행하기에 앞서 다른 국가에서 진행됐던 연설 때와는 매우 대조되는 광경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후의 기립박수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중간중간 퇴장하는 광경까지 포착됐다.
대통령의 연설이 국회TV 등 유투브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이런 광경을 포착한 네티즌들은 '무례하다', '말뿐인 행태가 드러났다', '부끄럽다', '여야 참여율이 이게 다 뭐냐' 등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연설은 약 17분간 진행됐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영상에 등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통해 얻은 수천억 달러의 돈을 무기 생산과 축적에 사용했다"며 "막대한 자원을 동원해 10년 동안 준비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우크라이나라는 민족의 문화 언어 등을 없애고자 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먼저 찾아내 학살하는 사람들은 민족운동가와 역사, 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교육 기관 등등 민간인 시설 파괴는 러시아의 전략이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다음으로는 다른 국가들 공격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만 전념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리우폴의 상황을 전하면서 한국전쟁을 언급했다. 그는 "마리우폴은 현재 최악의 상황으로 러시아 군은 (도시를) 완전히 초토화하고 파괴했다"며 "몇만 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은 50년대 전쟁을 한 번 겪었고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지만 한국은 이겨냈다"며 "러시아 군 장비를 막을 수 있는 군사장비가 한국에 있다. 대한민국이 도와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과 함께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마리우폴 현지 상황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마리우폴 시민들은 절규하고 있었으며 피투성이 환자를 살리려 의료진은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또 마리우폴 시내는 폭격으로 폐허처럼 변해있었다. 영상이 끝난 후 회의장은 몇 초간의 침묵이 흘렀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짓은 바로 러시아 짓이다. 여러분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시기를 요청한다. 감사하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 말을 전하는 통역사도 울먹였다.
한편, 이날 연설에는 이광재 국회 외통위원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여야 지도부 및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쟁에 대한 참상에 평화를 바라며 러시아의 침공 행위를 비판하는 데 하나 된 목소리를 냈다.
박 원내대표는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 대한민국 국회는 여야가 따로 없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국회도 한마음으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도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해서 국제사회와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나라는) 6.25 전쟁을 겪었기에 전쟁의 비극을 잘 알고 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원내대표 역시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과 각종 국제법을 위반한 명백한 전쟁 범죄"라며 "국회에서도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