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인수위 첫 업무 보고…‘풍전등화’ 전속고발권 운명은
입력 2022.03.24 12:55
수정 2022.03.24 12:56
공정위 막강 권한 가진 전속고발권
윤 당선인 검찰총장 시절 폐지 언급
친기업 정책 따라 존폐 여부 관심
공정거래위원회가 2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첫 업무 보고를 함에 따라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기업주도성장(기주성)’을 기본 경제정책 방향으로 설정하면서 공정위가 가진 막강한 권한인 전속고발권에 대한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뤄진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에 자율 중심의 규제 방안, 하도급 관계 개선 방안, 특수관계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중점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 폐지를 주장했던 전속고발권 보완 방안을 집중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포착했더라도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기소를 할 수 없다. 기업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했는데 공정위가 대기업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전속고발권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공정위는 이날 인수위에 전속고발권 보완 내용으로 대기업 동일인(총수)의 특수관계인 범위를 축소하는 대신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향을 보고할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는 인수위 보고에 앞서 연구용역을 통해 전속고발권 개선을 검토한 바 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개선 방향은 친족 범위를 좁히겠다는 것으로 이는 윤 당선인 공약 방향과 일치한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친족 범위가 너무 넓어 인지하지 못한 친인척 회사가 계열사로 편입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공정위는 이번 개선 방안이 윤 당선인 공약과 사실상 일치하는 만큼 전속고발권이 폐지 수순을 밟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속단할 수는 없지만 윤 당선인도 검찰총장 시절과 달리 대선 공약에서는 (전속고발권) 보완을 약속한 바 있으니 제도 폐지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지난번 공정거래법 개정 때도 유사한 의견이 있었던 만큼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기업주도성장을 내세운 윤 당선인이 입장에서도 전속고발권을 쉽게 폐지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전속고발권이 공정위에는 막강한 권력임과 동시에 기업에는 시민단체나 상대기업, 소비자 등의 무분별한 고소·고발과 검찰 수사를 차단하는 방패막이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안으로 제시되는 방안은 의무고발요청제 강화다. 의무고발요청제는 공정위가 법 위반 기업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을 때 중소벤처기업부나 조달청, 감사원이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이들의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는 해당 기업을 무조건 고발해야 한다. 전속고발권에 대한 일종의 견제 장치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검찰이 공정거래 관련 부서를 확대 개편한 것을 두고 전속고발권에 대한 대대적 개편을 전망하기도 한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은 공정거래조사부(공조부)에 반부패강력부 검사 2명을 파견한 데 이어, 부부장검사 등 형사부 검사 4명을 정식 발령냈다.
공정거래분야 전문 한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전속고발권) 폐지보다는 보완에 무게를 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폐지를 주장한) 과거를 떠올리면 언제든 폐지로 방향을 틀어도 이상하지 않다”며 “검찰이 공조부를 확대한 것은 그런 시그널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