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속도 내는 美‧中…한국은 제도에 '발목'
입력 2022.03.15 09:30
수정 2022.03.15 09:03
한국 시범서비스 주행거리 및 데이터 축적 기회 부족
미국은 레벨4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한국은 기술테스트 위주
사업 및 R&D 투자촉진, 핵심인력 양성, 제도 정비 등 대책 필요
서울 도심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에 투입될 아이오닉 5 자율주행차의 렌더링 이미지. ⓒ현대자동차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한 축인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율주행 실증을 진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자율주행 사업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촉진하며 핵심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15일 ‘자율주행차 산업현황과 발전과제’를 주제로 제24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정만기 KAIA 회장은 인사말에서 “2030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규모가 6565억달러로 2020년 70억 달러 대비 약 93배 대폭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전기동력차에 비해 정부 관심과 지원이 떨어지면서 자율주행 시범서비스 등을 통한 우리기업들의 상용화 수준은 해외 주요업체 대비 많이 뒤쳐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경우 100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시범서비스에 참여해 돌발상황 등 다양한 환경 속에서 대규모 실증 데이터 확보를 통한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는 반면, 국내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는 7개 지역 일부 구간에만 정형화된 노선에 총 30여대의 시범서비스 차량이 투입하는 선에 그쳐 선도국가 대비 데이터 축적과 기술개발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차 산업에 대한 규제 프리 적용과 대규모 실증단지 지정 등을 통해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성과 사업성 테스트를 마음껏 자유롭게 시행하도록 하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면서 “이 경우 현재 10개 내외에 불과한 자율주행차 스타트업도 크게 증가함은 물론 외국기업에게 우리나라가 신산업의 테스트베드로 인식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자율주행차 시장동향 및 시장활성화’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조창성 자동차산업협회 스마트안전실장은 “자율주행차 시장은 우선 택시, 버스, 무인상용차 등 대중교통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해당 운송수단의 상용화는 다양한 시범서비스의 경험 축적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 자율주행산업 중 하나인 로보택시의 경우 글로벌 운행대수가 2021년 617대에서 2030년 144만5822대로 연평균 약 137% 수준의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주요 플레이어로 미국 웨이모, GM크루즈, 독일 렌터카업체 Sixt(모빌아이 연합), 중국 바이두가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출시를 계획하면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데이터와 경험 축적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우리 자율주행 산업은 미국, 중국 등 기술 선도국과 비교시, 기술 수준이 미흡하다면서 구체적으로 ▲미국, 중국의 업체는 무인 시범운행중인 반면 한국은 대부분의 시범운행에서 보조운전자가 탑승한다는 점 ▲주요국은 시범구역으로 지정된 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운행 경로를 설정해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범 운영중이나, 국내 업체들은 시범구역 지역 내 특정 노선에 따라서만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 주요국과 국내간 운행 중인 시범서비스 차량의 규모 차이(약 1000대 vs 30대)에 따라 웨이모(2020년기준 3200만km), 바이두(2021년 기준 2100만km) 대비 한국의 주행거리는 미미한 수준(시범서비스 업체 전체의 주행거리 합계가 약 72만km)이라며 우리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필요한 데이터 축적에 뒤처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우리 자율주행 산업 활성화 기반 마련을 위해 필요한 제도로 ▲레벨4 자율주행차 제작·출시에 적합한 안전기준과 합리적 수준의 보험제도 및 책임소재 정립 ▲시범운행지구를 기업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지정 및 운영 ▲택시형 자율주행 서비스 허용 등 다양한 모빌리티서비스가 나타날 수 있도록 규정 개선 등을 제시했다.
그는 “대규모의 데이터 확보를 위해 현재 지역적으로 떨어져 운영되고 있는 시범운행지구(서울 상암 등 7개소)를 대도시 전체 대상으로 하거나 지역 3개 이상을 하나의 구역으로 묶어 대규모 자율주행 시범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국 자율주행차 시범서비스 비교.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
임원택 에이스랩 대표이사는 ‘자율주행차 관련 혁신 기술동향 및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는 “자율주행 혁신 기술은 미국의 웨이모, 크루즈, 테슬라, 유럽의 독일3사, 중국의 바이두 등 민간 업체 주도로 기술개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주요업체의 기술 주도를 위해 주요국은 충분한 정책적 지원을 시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10년부터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자중이고, 중국의 경우 후발주자임에도 정부의 막대한 재정·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업체들이 빠르게 자율주행 상용화 단계에 접근하고 있다.
레벨3 상용화는 주요 OEM(벤츠, BMW, GM, 현대차 등)이 2022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레벨4 상용화는 실증 서비스를 중심으로 노력중이며, 웨이모(2020~), GM크루즈(2021~), 바이두(2021~)가 실증 서비스에 앞서고 있다.
임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2027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목표로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하고 있으며, 주요국과 비교시 투자금과 전문인력이 선도국 대비 열세에 있다”면서 “주요업체와 유사한 경쟁력 수준을 확보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의 재정·정책 부분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간 중심의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위한 투자 활성화 및 신규창업 촉진 정책이 필요하며, 대규모 실증베드 구축, 산학연 연계를 통한 신규인력 양성과 AI 등 관련 분야 우수인력의 해외 유출 방지, 국내유입을 위한 국가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김재호 세종대학교 교수 주재로 온라인 토론을 진행했다. 패널로는 유시복 한국자동차연구원 센터장,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사무국장,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상무가 참석했다.
유시복 한국자동차연구원 센터장은 “자율주행 레벨4가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안정된 레벨4 기술개발이 필요하고, 그 다음으로는 자율주행 기업들이 제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자율주행 서비스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면서 “관련 기업들이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진입하기까지는 기술적, 재정적 데드벨리의 통과가 필요하며, 정부에서는 이 데드벨리의 무사 통과를 위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부분은 법제도 기반 마련과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대규모 민간 자본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내외 투자기업들의 자율주행 벤처·기술투자에 대한활성화, 기업상장요건 완화 또는 우회상장 등지원, 기술신용 담보 등 융자요건 완화, 기술거래 활성화등을 제시했다.
또, 안정적인 자율주행 모빌리티 산업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 및 경영지원에 활용될 수 있는 별도의기금 등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제도는 아직 레벨3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에는 시간이 소요되니, 우선적으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의 확대가 필요하며, 시범운행지구 내 국민안전을 위한 명확한 관리체계가 구축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