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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반성 대신 '졌잘싸'로 대선 패배 정리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2.03.13 01:00
수정 2022.03.12 23:04

패인 찾다가 당내 갈등 커질까 우려

윤호중 비대위 출범 '덮고 가자' 의미

원내대표도 경선 대신 '콘클라베' 도입

일각 "대선인데 정말 이래도 되나" 비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비교적 차분하게 20대 대통령선거 패배를 수습하고 있다. 서로를 향한 위로로 허탈감을 달래는 한편, 다음 선거를 대비하자는 결의도 엿보인다. 역대 최소표차 석패, 최대득표 낙선이라는 성적표가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송영길 대표는 지난 10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도 우리 모두가 뛰어서 역대 최고 득표율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많이 아프지만, 그래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패배하지 않았다"며 "충분히 의미를 남긴 선거였다"고 했다.


11일 의원총회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흘렀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밑거름으로 돌아선 민심이 저희를 바라볼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반성보다는 평가와 앞으로의 '결의'에 방점을 찍었다. 민주당은 윤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으로 다음 전당대회까지 당의 전권을 맡기기로 했다.


이면에는 대선 패배의 책임 공방과 쇄신 경쟁이 격화될 경우,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무엇보다 1600만 표 이상을 득표하며 당의 최대 정치적 자산으로 떠오른 이재명 상임고문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대선 패인을 따지다 보면 감정이 격화될 수 있고 후보나 유력 인사들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당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단합을 하는 것만이 우리 당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은 한 주 동안 감사와 성찰의 주간을 갖기로 했다. 지역구 등을 돌며 지지자들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고 소통을 하자는 취지다. 오는 25일 전 선출되는 원내대표도 기존의 경선 방식이 아닌, 콘클라베 형식을 검토 중이다. 의원들 각자 원하는 원내대표를 적어내고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의구심이 없지 않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한 초선의원은 "다른 선거도 아니고 대선에서 졌는데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도 되는 것이냐"며 "단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과연 지금의 민주당 모습을 국민들이 변화하고 혁신하고 있다고 평가해줄진 의문"이라고 했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이라는 불리한 구도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했다는 인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172석의 거대 여당 △역대 가장 지지율이 높은 현직 대통령 보유 △지방의회 장악 △정치경력이 없는 상대 후보 등 객관적으로 유리한 지형에서의 패배였다는 게 요지다.


민주당의 또 다른 재선의원은 "집권여당은 모든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정권교체론을 넘어야 하는 게 숙명인데, 정권교체론이 높아서 졌다는 건 핑계조차 될 수 없다"며 "야당은 대여투쟁과 뼈를 깎는 내부 혁신 두 개의 전선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와야 하는데, 아직 집권여당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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