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vs 박철완 본격 '주총 레이스'…주주 표심은?
입력 2022.03.13 06:00
수정 2022.03.11 17:58
배당 규모 2809억 vs 4184억…사외이사진 교체 놓고 표대결 전망
금호, 중장기 성장 전략 어필…박철완, 내년까지 자사주 완전 소각 요구
금호석유화학의 3월 정기 주주총회가 12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주총 안건을 놓고 회사측과 박철완 최대주주간 표심 잡기 경쟁도 본격화됐다.
박 최대주주는 회사가 과도한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경영진 리스크 역시 크다며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회사측은 다양한 주주친화정책을 내세우는 한편 보다 매력적인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주주 설득에 나서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을 확정했다. 여기엔 박 최대주주가 발표한 주주제안도 주총 안건에 포함됐다.
배당 규모 2809억 vs 4184억…박 최대주주 "자사주 10% 연내 소각해야"
먼저 금호석화는 회사 재무 상태를 고려해 기존 보다 높은 배당정책을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보통주 1주당 1만원, 우선주는 1만50원을 배당하겠다는 안건을 상정했다. 총 배당금은 280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배당금 수준 보다 2.4배 늘어난 규모로, 회사측은 작년 말 발표한 주주환원정책(별도 재무제표 기준 배당성향 20~25%)을 기준으로 이익배당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총 배당금에서 9870억원의 당기순이익(별도)을 나눈 올해 배당성향은 약 28.5%다.
금호석화는 아울러, 주주환원정책 일환으로 소각 목적의 자기주식 취득을 실시한다고도 했다. 총 1500억원 규모로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의 15.2%에 해당한다. 이번 자사주 취득 및 소각으로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를 실현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효과를 강조했다.
반면 박철완 최대주주가 제시한 배당안은 보통주 1주당 1만4900원, 우선주는 1만4950원으로 회사측 안건 보다 49% 높다. 상대적으로 고배당안을 내놓은 박 최대주주 측은 회사측의 배당안은 산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연결 순이익(1조9656억원) 기준으로 볼 때 배당성향이 14%에 불과한데, 지난해 배당성향 19.9%와 비교하면 감소한 수치라는 주장이다. 또 회사측이 별도 순이익으로 배당성향을 산정함으로써 전체 당기순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금호피앤비 등 우량 자회사 이익을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금호석화의 1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에 대해서는 현 시가 기준 약 3%에 불과하며, 이후 소각 일정 역시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최대주주는 금호석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현재 회사가 보유중인 자사주(17.8%) 중 10%를 연내 소각하고 내년까지 잔여 자사주를 모두 소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호석화 역시 박 최대주주가 내놓은 배당안이 과도하다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너무 많은 현금 유출로 중장기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금호석화는 "주주제안에 따른 배당금 총액은 4184억원으로 지난 3개년도(2018~2020년) 배당 총액 합계의 약 2배를 초과하며, 자사주 취득/소각 규모(1500억원)를 포함할 경우 약 5700억원에 달하는 현금 유출이 요구된다"고 우려했다.
또 "화학업종은 경기변동 사이클에 민감하며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 이슈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계획 등 글로벌 리스크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런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과도한 현금 유출은 회사 대응력과 회복탄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2명 교체 앞두고 각각 후보 제안…'주주 잡기' 치열할 듯
사외이사 교체 안건도 회사측과 박 최대주주의 주주제안이 각각 상정되면서 표대결이 예상된다.
금호석화는 사외이사 후보로 박상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와 박영우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NGO) 이사를 추천했다. 특히 박상수 후보자가 학계와 공공부문 외에도 20년 넘게 주요 상장기업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활동하며 경제·산업계에서의 저변을 확대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대해 박 최대주주측은 박상수 후보자가 14년간 SKC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역임했으며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최신원 전 SKC 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 최대주주측은 "박 후보자는 검찰의 심문에 SK텔레시스 유상증자에 참여한 경과나 배경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면서 "박 후보자가 경영진의 영향에서 벗어나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독립적으로 이런 결정을 했다고 믿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미루어 ,박 후보자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서 부적격하다고 덧붙였다.
대신 박 최대주주측은 이성용 전 베인&컴퍼니 글로벌 디렉터와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그러면서 기존 이사회를 견제하고 균형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 사외이사 후보는 국내다수의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역임한 경험을 살려 이사회 독립성 및 전문성을 강화할 뿐 아니라 경영투명성을 제고해 주주권익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향후 금호석화의 신규투자 등에 대한 재무 안정성과 자본 배분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함 후보의 재무 지식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박 최대주주가 추천한 후보군은 최적의 구성이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주주제안 후보자는 업종 관련성, 부문별 전문성 등에 대한 제한된 정보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에 기여할 수 있는 지 상세히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후보자의 경력이나 전문성 보유 부문이 이미 당사의 이사회가 충분히 갖추고 있는 영역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최적의 후보자 구성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 경영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주주이익 제고 방안을 추진하려면 박상수·박영우 후보자가 최적의 후보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외에도 금호석화는 ‘지속 성장 기업으로의 전환’을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선정하고 2026년까지 연 매출 1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친환경 사업의 비중도 높인다. 금호석유화학의 매출액 기준 친환경 사업 비율은 2018년 약 7% 수준이지만 이를 2026년 16%, 2030년까지 3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비연관 자산으로 지목되는 대우건설, 아시아사항공 등은 단계적 매각으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중 대우건설 지분은 연내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대한항공와의 딜(deal) 종료 후 가치가 증대되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박 최대주주는 지난해 주총 이후 이전 약속과 달리 회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적고, 배당이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으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피력하며 주주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금호석화와 박 최대주주 모두 이사진 교체·상향된 배당 규모 등 다양한 주주친화정책을 내세우면서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 치열한 표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총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우군 확보를 위한 양측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화그룹 지분은 박찬구 회장 6.69%, 박준경 부사장 7.17%, 박주형 0.98%를 보유하고 있다. 박철완 전 상무는 8.53%를 갖고 있으며 누나 박은형씨, 박은경씨, 박은혜씨와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지분까지 합치면 10.08%로 지분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경영진을 제외한 금호석화 지분은 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국민연금 7.92%, 소액주주 61.4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