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남은 文정부, 중고차 개방 '뜨거운 감자' 尹정부에 떠넘길까
입력 2022.03.13 06:00
수정 2022.03.14 05:18
17일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 개최…중기부 "이번엔 결론 날 것"
6월 지방선거 고려해 尹정부 출범하는 5월 10일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문재인 정부는 소비자 피해를 외면한 채 정무적 판단으로 2년 넘게 끌어온 중고사 시장 개방 논의를 임기 내에 결론지을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가 지난 7일 중고차사업 비전과 사업방향을 공개하며 사업 진출을 구체화한 가운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여부를 결정할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가 이달 중 마무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오는 17일 오전 10시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 1월 14일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심의를 신청한지 오랜 시간이 흘러 동반성장위원회 추전 당사의 실태조사 자료가 현재 시장 상황을 판단하기에 미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최신 데이터로 보완한 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이번에 심의위원회를 재차 열기로 한 것이다.
2019년 2월 심의신청 이후 2년 넘게 공전…'총선‧재보선‧대선 피해가기' 의혹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는 2019년 2월 중고차 매매업계에서 심의를 신청한 이후 2년 넘게 끌어온 해묵은 사안이다.
중고차 매매업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6년 동안 대기업 진출로부터 보호를 받아왔으나 그동안 중고차 딜러를 비하하는 ‘차팔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수많은 소비자들이 그들로부터 각종 사기와 강매로 피해를 입어왔다. 중고차 강매를 당해 극단적 선택까지 한 사례도 있었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거래 루트를 제공하고, 기존 업자들에겐 ‘메기효과’를 부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으나, 중고차 매매업계는 2019년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끝나자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며 시간 벌기에 나섰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법정 시한에 맞춰 2019년 11월 7일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으로 중기부에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중기부는 법정 최종 심의 종결일(2020년 5월 7일)이 지난 뒤에도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은 채 시간만 끌어 왔다.
소비자 단체들은 그 사이 2020년 총선, 2021년 역대급 재보선, 그리고 2022년 대선 등 역대급 정치 이벤트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 중기부가 ‘정무적 판단’으로 결론을 미뤄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건 결론을 내린다면 어느 한 쪽은 선거에서 여당에 불리한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 개방을 허용한다면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불허한다면 소비자 단체들이 여당의 반대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상황을 보면 그런 의혹이 더욱 짙어진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일 ‘중기부-삼성전자 공동투자형기술개발 투자협약기금 조성식’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여부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으나, 심의위원회는 해를 넘겨 올해 1월 이뤄졌고, 그 자리에서 ‘대선 이후인’ 3월에 다시 만나 결론을 내리겠다는 결정이 났다.
5월 10일 이후로 결론 미루면 지방선거 영향은 국민의힘 몫
지난 1월 심의위원회에서는 ‘데이터 보완’이라는 구실이 있었으나 17일 열리는 심의위원회에서는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
중기부 관계자는 “1월 심의위에서 의원들이 3월에는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전례를 볼 때 또 다시 결론이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총선, 재보선, 대선 정국을 피해간 전례가 있는데 지방선거라고 피해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시각이다.
지난 9일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차기 대통령으로 결정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5월 9일까지 약 두 달 남아있다. 중고차 시장 개방 여부를 문 정부 임기 내에 결정하면 후폭풍이 더불어민주당에 미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5월 10일 이후로 결정을 미루면 뒷감당은 국민의힘 몫이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현역 민주당 소속 의원이기도 하다.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를 현 정권에서 감당하기보다는 다음 정권에 떠넘기는 정무적 판단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2년 넘게 욕먹어 가며 버텼는데 두 달을 더 못 버틸 것도 없다.
만일 심의위가 5월 10일 이후로 미뤄진다면 윤 정부에서 굳이 지방선거 이전에 잡음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결국 지방선거일인 6월 1일 이후로 또 다시 연기될 공산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계형적합업종심의위에서 3월에는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 믿는다”면서도 “만일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해 또 미뤄진다면 그동안의 시간끌기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소비자 권익을 무시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밖에 더 되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