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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경제·성 다루는 10대 예능…‘순기능’만 있을까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3.09 15:30 수정 2022.03.09 14:01

10대 임신 다룬 ‘고딩엄빠’, 첫 방송 이후에도 갑론을박

랩과 춤부터 경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10대 예능이 늘고 있다. 연예인 자녀의 일상 또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등으로만 접했던 10대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담아내며 그들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고 있지만, 10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우려를 사기도 한다. 10대 임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예능의 영역에서 풀어내면서,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유발한 것이다.


ⓒMBN 캡처

한동안 방송가에서 보기 힘들었던 청소년 드라마가 부활하는가 하면, 10대들이 콘텐츠의 주인공이 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주제도 다양하다.


지난해 방송된 KBS2 드라마 ‘학교 2021’은 열여덟 청춘들의 꿈과 우정,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의 시리즈와 궤를 함께하지만, 국내 최초로 특성화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입시 경쟁이 아닌, 취향과 재능을 살리는 다른 길을 선택한 아이들을 통해 달라진 시대상을 자연스럽게 반영한 것이다.


연예인 자녀들의 독립기 또는 세대 간 차이를 토크로 전달하던 예능프로그램들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주제들을 아우르고 있다. 아이돌이 아닌, 랩에 관심이 있는 10대들의 도전기를 다룬 ‘고등래퍼’ 시리즈를 비롯해 최근에는 춤추는 10대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걸스 파이터’가 인기리에 방영이 되기도 했다.


지난 설날 10대들의 경제생활을 다뤘던 KBS2 ‘자본주의학교’는 호평을 받으며 정규 편성을 확정하기도 했다. 정동원과 고(故) 신해철의 딸 신하연-아들 신동원, 현주엽의 아들 현준희, 현준욱, 현영의 딸 최다은 등이 출연해 시드머니 100만원을 갖고 각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경제활동을 해서 수익을 내보는 과정을 다뤘다. 실제로 청소년들도 주식에 도전하는 등 경제 역시 어른들만의 영역이 아닌 상황에서 그들의 경제활동을 교육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어른들의 관점에서 보는 10대가 아닌 그들의 진짜 관심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나아가 일찌감치 목표와 꿈을 정해 열정을 쏟는 모습으로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랩하고 춤추는 10대들에 대한 편견을 깨면서, 10대들 또한 콘텐츠의 당당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다만 ‘다양한 주제’의 측면에서 이해하고 넘어가기 힘든 설정으로 우려를 사는 경우도 있다. 현재 방송 중인 MBN 예능프로그램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이하 ‘고딩엄빠’)가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10대 엄마, 아빠의 일상을 담으면서 ‘이래도 되나’라는 걱정을 자아낸 것이다.


물론 10대들의 성문화를 마냥 숨기기만 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제작진 또한 10대 부모의 이야기는 물론, “10대 성문화 실태와 사회적 문제점들을 짚어주며 부모, 자녀 모두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전달하겠다”고 계획을 밝혔었다.


다만 이러한 주제들이 담기기 위해서는 10대 임신을 사회 문제로 확장해 다루며 이들에 대한 이해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것이 예능의 영역에서 얼마나 깊이 있게 다뤄질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것이다. 지난 6일 방송된 첫 회에서는 우리 사회에 청소년 부모가 얼마나 있는지 또, 10대가 잘못 알고 있는 성교육 지식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루는가 하면, 10대 부모의 심리적 문제를 함께 짚으며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10대 성문화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동시에 10대 부모의 일상까지 담아내다 보니 깊이감은 자연스럽게 얕아질 수밖에 없었다. 두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결국 출연자의 사연은 사적인 영역으로만 읽히게 됐다는 것. 여기에 출연자의 개인적 가정사 등을 지나치게 디테일하게 담아내면서 이것이 흥밋거리로 소비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게 했다. 아직 어린 부모에 대한 편견이 만연한 상황에서 출연자들의 TV 출연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대상자의 진짜 관심사를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주제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주인공이 아직 미숙한 10대들인 만큼 더욱 책임감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때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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