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다가올수록 낮아지는 '단일화' 기대감…왜
입력 2022.03.02 14:16
수정 2022.03.02 15:22
국민 76.2% '단일화 불가능' 전망
반복되는 단일화 논의에 피로감
국민의힘도 '투표로 단일화 '전략 시동
일각서는 여전히 단일화 가능성 열어둬
3·9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권 후보 단일화를 기대하는 국민 여론이 차갑게 식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단일화 논의 과정을 두고 '폭로전'을 벌이면서 효과가 반감된 데다, 단일화에 대한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낮아지는 모습이다.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일~이달 1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3월 9일 대선 투표 전까지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6.2%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가능하다는 응답은 17.3%에 불과했다.
서울경제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달27일부터 1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10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야권 단일화가 필요치 않다'는 응답이 51.2%로 과반을 차지했다. 단일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차 44.8%에서 2차 47.6%, 3차 51.2%로 꾸준히 늘었다. 반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40.5%였다.
선거가 임박할수록 단일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과 압박이 강해지던 종전의 양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된 단일화 논의에 대한 국민들 피로감이 폭발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로 꼽히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 1일 tbs 라디오 '신장개업'에 출연해 "안 후보가 지난 10년 동안에 단일화, 단일화라고 해 그 피로감들이 좀 많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저같이 안 후보하고 직접 겪어본 사람은 안철수라는 사람과 협상·협의, 이런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단일화 협의를 대하는 안 후보의 태도를 비꼬았다.
이 명예교수는 "보수 성향의 신문들이 야권 단일화를 촉구하는 사설과 칼럼을 많이 썼던데 속으로 웃었다. 안 후보를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선거에서 이기고 싶으면 상대방이 안철수와 단일화 협상을 하도록 하라. 그러면 선거에 승리할 것이다'라는 말까지 있다"고 했다.
이어 "단일화를 하게 되면 양쪽이 완전히 진이 빠지고 수렁에 빠지기 때문에 상대방이 득을 본다고 했는데, 지금 국민의힘이 수렁에 빠질 뻔했다가 마지막 순간에 나옥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가 브레이크를 세게 건 것도 그 이유"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제 '투표로 단일화'라는 방안이 공식 언급되기도 했다.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이준석 대표와 묘한 갈등을 겪기도 했던 중진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2일 취재진과 만나 "우리가 (단일화 성사를) 기다리지만 지금 쉽지 않고, 결국 투표로 단일화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이렇게 본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전날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협의에 대해 "전화를 해도 통화도 안 되고, 실무협상은 할 때마다 부인당하는 입장에서 (후보) 본인이 만나는 게 중요한데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 어려움은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도 "이제는 단일화 국면이라기보다는 막판 서로 결집하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원 본부장은"대세는 정권교체로 확고히 굳어져 있다"면서 "이제 남은 일주일간 승패는 투표장으로의 결집, 그리고 그동안 자기 일상생활 때문에 바빠서 대선 마지막 순간에 지켜보겠다고 태도를 유보해온 일부 국민들의 표심"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여전히 단일화 필요성을 주장하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최종 투표일까지 단일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가장 유효하고 확실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