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롯데푸드 ‘한지붕 두 살림’ 끝나나…“합병 시너지 청신호”
입력 2022.02.22 07:03
수정 2022.02.21 18:58
롯데, 빙과부문 합병 검토 중
빙그레 vs 롯데 양강구도 가시화
"제고 관리·물류비 감축 등 시너지 효과 상당할 것"
롯데제과가 ‘한지붕 두 살림’을 마치고 롯데푸드와 각각 운영 중인 빙과사업부문을 하나로 합칠지 검토에 나서면서, 빙과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로나와 부라보콘이 손을 잡은데 이어, 월드콘과 돼지바가 합심할 경우 업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롯데그룹 식품 헤드쿼터 부문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아이스크림 사업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같은 간판을 단 두 회사의 빙과사업 합병 얘기는 꾸준히 흘러나왔지만, 최근 구체적 수준의 논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아이스크림 사업을 합병하면 롯데는 빙과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제조사로 올라서게 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에서 롯데제과는 30.6%를, 해태제과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을 흡수한 빙그레는 40.3%를 각각 유지하고 있다.
롯데의 이 같은 행보는 빙과 시장의 위축에 따른 위기감과 맞물려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빙과시장 규모는 2018년 1조6817억원 수준에서 2020년 1조5432억원으로 줄었다. 3년 간의 연평균 감소율만 놓고 보면 -5.67%에 달한다.
빙과류 시장 축소의 핵심 원인은 주 소비층 감소가 크다. 아이스크림을 주로 소비하는 어린이 인구가 매년 감소하면서 매출 하락에 속도를 붙였다. 여기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성장 등 먹거리 트렌드의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할인 정책 역시 ‘독’이 됐다. 2010년 이후 반값 할인이 상시화 된 빙과시장의 유통구조는 수익성 악화에 크게 일조했다. 동네슈퍼 등이 사실상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다 보니 빙과업체들은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저가 납품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상황이 유지돼 왔다.
설상가상 최대 80% 할인까지 내세운 아이스크림 전문 할인점까지 생겨나면서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는 상황에 마주했다. 가격정찰제는 빙과업체들의 숙원사업으로 꼽히지만, 시도할 때마다 유통점주들과 소비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영구 총괄대표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빙과사업의 합병 카드를 만지작하는 것은 두 회사의 빙과사업을 효율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빙과시장의 급격한 재편과 빙그레의 공세 역시 합병을 부추긴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빙그레는 늘 롯데를 추격해왔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통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고, 빠른 속도로 롯데와의 격차를 좁혀 나가고 있다. 달리 말하면 롯데 입장에서는 턱 밑까지 쫓아온 빙그레가 신경쓰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빙과사업을 합병할 경우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44.1%로 껑충 뛴다. 시장에서의 지배력 뿐 아니라 조직과 생산의 일원화로 시장 공략에 집중할 힘이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롯데는 내다보고 있다.
◇ 합병 검토 이유 들여다 보니…“시너지 요인 상당”
롯데가 빙과부문을 하나로 합칠 경우 시너지 요인은 상당하다. 빙과의 경우 저온유통체계(콜드체인)가 필수인 만큼 제품의 운송 단가가 높다. 각각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물류망을 새로 구축할 경우 불필요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롯데제과는 서울(영등포)과 경남(양산), 대전(대덕)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롯데푸드는 충남(천안)에 한 곳을 가지고 있다. 양 사는 각자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지역 대리점 등으로 공급한다.
이를 일원화 할 경우 따라오는 이점은 상당하다. 재고 관리와 물류비 감축, 원재료 대량 구매에 따른 원가 절감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에서 가격 협상력 역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롯데는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 서로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로 재편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동안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계열사 간 공방전은 물론 빙그레 연합과 대결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 회사의 빙과사업 조직을 통합하면 효율은 급상승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도 빙그레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 구색이 다양해지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에도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양사는 스테디셀러 라인업을 각자 구축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스크류바, 죠스, 수박바, 월드콘 등 인기 제품을 갖췄다. 롯데푸드도 돼지바, 빵빠레 등 경쟁력 있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기업 결합을 승인할 지는 변수로 꼽힌다. 공정위는 기업합병 신고가 접수되면 원칙적으로 시장 분석을 통해 경쟁 제한 여부를 조사한다. 공정위가 이들의 결합을 시장 지배적 사업의 등장 및 시장 경쟁 제한으로 판단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이를 고려해 제3의 법인을 세워 두 회사의 영업만 통합하는 방안이나 아이스크림 제품 ‘교품’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품은 각 회사가 생산한 아이스크림 제품을 영업일선에서 교환해 납품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롯데제과 관계자는 “롯데푸드와 빙과사업 부문 합병 논의는 오래전부터 거론돼 온 게 사실”이라며 “다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롯데푸드 관계자도 “아직까진 합병 추진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이 없는 상태”라며 “지금으로선 양사의 합병으로 인해 어떤 시너지가 예상되는지 꼬집어 얘기하기 어렵지만, 그런 부분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